[중소벤처기업/기고] “세상은 넓고 고객은 많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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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아산(고 정주영 회장)은 복잡한 집을 떠났다. 1933년 그의 나이 열아홉이었다. 강원 통천군 아산리 고향마을을 벗어나 인천 부두에서의 막노동, 서울의 쌀가게와 자동차 정비업을 거쳐, 건설업에 안착했다. 6·25 발발 이후 우리 국민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현대건설은 미군부대 발주 공사에서 선진 기술을 배웠고 돈도 벌었다.

아산은 좁은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지평을 넓혔다. 강원도를 떠나 맨몸으로 시작한 그의 장정은 ‘메이드인 코리아’의 세계 진출로 이어졌고, 건설, 자동차, 조선, 전자, 철강, 유통, 증권 등으로 사업 영역도 넓어졌다.

히든 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은 연구개발(R&D)에 강하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에 따르면 “일반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3%이고, ‘글로벌 톱1000’ 기업은 3.6%인 데 비해 히든 챔피언은 6%에 달했다”며 “히든 챔피언들은 압도적으로 많은 자금을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히든 챔피언은 다른 기업에 비해 잘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한다. 대기업이 탐내지 않았던 작은 시장을 선점하여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팠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글로벌화는 왜 중요한가. 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성장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럽 19개국 11만 개의 중소기업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출업체들은 비수출업체보다 생산성이 1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글로벌화는 쉽지 않다. 독일재건은행이 3월 발표한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EU 5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글로벌화의 장애요인들은 막대한 투자부담과 국가 간 분쟁 해결 비용, 복잡한 행정절차와 해외 조세제도, 높은 물류비용, 해외 비즈니스 파트너 발굴의 어려움, 제한된 인적자원 등이다. 과거의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도 글로벌 히든 챔피언이 142개에 달한다. 정보화와 글로벌화의 추세에 따라 창업 당시부터 세계시장을 지향하는 ‘본글로벌’(Born Global) 벤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후배 기업인들이 원조 ‘흙수저’였던 아산의 부지런함과 검소함, 창조적 도전정신을 따르고 있다. 아직도 세상은 넓고 고객은 많기 때문이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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