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신약 개발 위한 최고의 인프라 테스트베드 “모든 실험을 한곳에서”… 연구지원 패키지 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오리엔트바이오

㈜오리엔트바이오는 대한민국 생명공학, 제약, 바이오 부문이 성장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오리엔트바이오를 이끄는 장재진 회장은 글로벌 수준의 테스트베드가 없이는 바이오산업의 발전도 요원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창립 이래 모든 역량을 인프라 역량에 투자한 결과는 그동안 인프라가 없어 한국 바이오산업은 불가능하다고 봤던 신약 개발 분야에서 커다란 실험장을 마련한 셈이 됐다. 인프라 분야의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수준의 테스트베드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오산업서 인프라가 중요한 이유
특히 바이오산업의 발전에 있어선 토털서비스 또는 패키지 형태의 시험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험의 종류가 복잡하고 단계가 나뉘어 있는 만큼 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없다면 가뜩이나 기간이 긴 실험은 더 늘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실험 플랫폼이나 연구역량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로 인정받는다.

글로벌 제약사의 사례에 비춰 보자. 로슈와 노바티스를 비롯한 제약회사들은 스위스의 소도시인 바젤에 위치해 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실험 인프라가 그곳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토털서비스의 형태로, 또는 모든 실험을 한 기업을 통해 처리하는 패키지 형태의 실험 인프라가 바이오산업에 있어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패키지를 꾸리기까지, 토털 서비스가 가능한 인프라 테스트베드를 갖추기까지 여정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장 회장은 “왜 그렇게 고집스럽게 인프라에 매달리느냐”는 질문에 마주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미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여 전만 하더라도 유학을 마친 과학자들이 귀국하면 국내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신뢰성 있는 동물, 실험실, 재료, 방법 등 주변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 고생한 것이 국내의 현실이었다.

장 회장은 “과학자들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회상한다. 최신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과학자들이 바이오 관련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실험동물이나 기자재 등 일일이 실험과 관련된 세팅을 스스로 해야만 했다. 그렇게 실험 여건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들이 배워 온 신지식은 낡은 것이 되어버릴 만큼 제반 여건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오리엔트바이오 찰스마우스
오리엔트바이오 찰스마우스
국제수준 실험동물 생산… 한국 바이오산업의 쾌거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실험동물이었다. 시설이야 지으면 되지만 신뢰성 있는 실험동물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실험 결과까지 인정받지 못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구개발을 위해 실험동물을 수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시간과 부가적인 비용들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국내 실험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돌파구는 기술제휴였다. 1999년 세계 최대 실험동물업체인 미국 찰스리버그룹과 기술제휴를 맺고 설치류의 모체(원 품종)를 도입했다. 미국 찰스리버그룹은 설치류 경우 전 세계 실험동물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실험동물의 국제표준으로 불린다. 당시 찰스리버 측에서 먼저 기술제휴를 제안해 왔고 이어 경기도 가평센터를 준공해 생산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인프라 구축에 대한 열의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국제 수준의 신뢰성 있는 실험동물의 생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매우 까다롭고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민간 기업이 자체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실험소재 기업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그들의 모체를 들여와 생산하고 공급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사명감 아니면 하기 힘든 일” 장재진 회장의 집념
오리엔트바이오는 실험동물의 개념조차도 정립되어 있지 않던 창업 초창기에 처음 생산한 실험동물이 유전적으로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눈물을 머금고 전량 폐기했던 경험도 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국제 수준의 실험동물을 생산했지만 시장의 외면으로 손실을 감수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장 회장은 “오리엔트바이오가 포기하면 다시는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국제 수준의 실험소재를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를 이끈 것은 결국 사명감이었다.

현재는 시장 상황이 변해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바이오산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2010년 세계 1위 CRO(연구대행)업체인 코반스에서 비글 모체를 들여오는 한편 2011년엔 캄보디아 영장류센터를 인수했다. 수입해오던 국제유전자표준 실험동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며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거래처는 신약 개발이나 각종 질환을 연구하는 제약회사, 안전성평가연구소,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등 연구기관, 주요 대학과 병원 등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이르며 실험 결과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제적 신뢰 얻어…거침없는 글로벌 행보
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해엔 인도에서 찰스리버 실험동물을 생산·판매하는 하이라스코를, 미국에서 3대 중대형 실험동물업체인 SRC를 인수해 인도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까다로운 일본의 검역 심사를 거쳐 영장류를 수출한 것을 계기로 비글 수출도 추진 중이다.

오리엔트바이오의 글로벌 진출 성과는 기술에 대한 신뢰도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을 뜻한다. 이는 항온, 항습 등 생산 시설 및 품질 관리를 위해 전폭적 투자가 이뤄진 덕분이었다.

오리엔트바이오가 생산하는 국제유전자표준 실험동물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ICH(의약품국제규제조화회의)가 권고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한다. 오리엔트바이오 측은 “특히 찰스리버그룹의 모체를 공급받아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적, 환경적, 미생물학적 컨트롤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모니터링을 통해 동물의 품질을 유지,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실험동물 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생산시설에 공급되는 사료 및 깔개를 비롯해 물, 온도, 습도, 조도 등이 모두 철저한 생물보안 (biosecurity) 과정을 거쳐 제공되고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특히 실험동물 운송크레이트와 운송차량은 철저한 멸균소독 과정을 거치고 운송기사 역시 정기적 교육을 진행하여 모든 오염가능 요소들을 차단하고 완벽한 격리 시스템을 통한 관리로 생물보안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장 회장은 “그동안 국내 바이오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무대로 진출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분야 토털 솔루션 제공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장재진 회장
장재진 회장
장재진 회장 인터뷰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CRO 시장 노릴 것”


한국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바이오 실험동물 생산업체 오리엔트바이오를 이끄는 장재진 회장의 눈은 해외시장을 향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연구대행(CRO) 시장이다. 열악했던 한국 시장 인프라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워낸 경험이 있어 강점도 명확하다.

“CRO 사업은 고품질 생물소재와 첨단 실험장비 및 고도로 전문화된 연구인력의 3박자가 잘 갖춰져야만 하는 바이오 산업의 고부가가치 영역입니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국내 CRO 시장은 아직 초보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리엔트 바이오는 국내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 물질 탐색의 초기 단계부터 동물실험에 이르는 단계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될 겁니다. 그동안 오리엔트바이오가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국내외 기업과 공유하고, 공존할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영장류 5000마리의 모체시설이 있는 캄보디아 영장류 센터의 생산시설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까다로운 일본 검역을 통과하면서 일본 수출도 성사시켰다. 한국과 캄보디아, 미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고품질 실험동물 생산을 시작했고, 제 2의 중국으로 기대되는 인도시장을 선점해 나갈 예정이다. 캄보디아 현지에는 체계적인 CRO 시설을 구축해 중대동물 CRO 비즈니스를 세계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리엔트바이오 충북 음성센터 전경
㈜오리엔트바이오 충북 음성센터 전경
그는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CRO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오리엔트바이오가 인수한 미국 현지법인 SRC는 지난 2년간 장 회장이 공을 들인 결과물이다. 현재 미국 월가의 사모펀드들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을 돕는 CRO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SRC 인수는 더욱 값진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SRC는 SNBL의 미국 지사로, 미국 텍사스 주에 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SRC의 200만 m²(약 62만 평) 규모의 부지, 검역시설 및 인적자원을 포함한 시설, 관리 전반을 인수했고 SNBL사와 장기 공급 계약도 동시에 진행하여 미국 시장 전역에 안정적으로 생물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영업망을 확보하였다.

장 회장은 “지금까진 국내 실험동물시장을 지키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중소벤처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오리엔트 바이오#실험동물#실험도구#실험재료#실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