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주춤한 사이… 해외주식 직접투자액 3배로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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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결제금액 10조원 돌파


최근 국내 증시가 주춤한 사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 돌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투자자들이 직접 사고판 해외 주식은 분기 기준으로 처음으로 10조 원어치를 넘어섰다.

‘해외 주식 직구족(族)’들은 성장세가 정체된 국내 기업 대신에 4차 산업혁명 흐름을 타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 중국 시장의 글로벌 기업에 직접 투자해 높은 수익을 노리고 있다.

다만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최근 일부 해외 증시는 코스피보다 낮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우량 종목을 선별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해외 주식 직접투자 결제 금액은 93억4793만 달러(약 10조23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2억5000만 달러)에 비해 약 190% 급증한 규모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을 사고판 결제 건수도 21만66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2570건)의 약 2배로 늘었다.

해외 증시로 발을 넓히는 직구족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2분기(7∼9월) 53억 달러 수준이던 해외 주식 결제 금액은 4분기 76억 달러를 넘어섰고 올 1분기 1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올 들어 주식 직구족이 투자한 국가는 미국이 59억1797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전체 해외 주식 결제 금액의 63.3%를 차지했다. 이어 홍콩(16억3464만 달러), 일본(7억3555만 달러), 중국(4억5556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해외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은 지난해부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활황을 보인 데다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인재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은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보다 덩치가 큰 글로벌 기업에 직접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가 늘었다”며 “이들은 텐센트, 넷플릭스 등에 투자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40% 이상의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해외 주식을 손쉽게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진 것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사들은 야간에도 해외 주식 거래가 가능하도록 24시간 상담 및 환전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6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주식을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개설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해외 주식 매매 최소 수수료를 40%가량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식 직구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각 시장의 1등 기업 위주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대형주는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것처럼 각 증시의 대표 종목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 해외 증시의 1등 종목은 비쌀 때 사더라도 기업 가치와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인재 팀장은 “미국, 일본, 독일 등은 4차 산업혁명의 표준 기술이 나오는 국가이기 때문에 투자가 유망한 시장”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환율 변동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주식으로 수익이 생겨도 환율이 주가 이상으로 오르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센터장은 “환율 리스크를 줄이려면 특정 국가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선진국과 신흥국에 분산 투자해 통화를 다변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 투자는 국내 주식과 달리 세금이 부과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는 소액 주주에게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해외 주식 거래 때는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0% 등 총 22%의 세금을 매긴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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