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조사위 면담 다음 날… 한국외대 교수 숨진채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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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미안” 휴대전화 메모
대학측 “성폭력 의혹 조사 중단”, 명지전문대 성폭력 교수 등 5명
교육부, 중징계 요구… 檢 수사의뢰

‘미투(#MeToo·나도 당했다)’로 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의혹을 받던 한국외국어대의 A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17일 오후 1시경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의 A 교수가 서울 성동구 자택 보일러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타살 흔적은 없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메모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앞서 14일 페이스북 ‘한국외국어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A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재학생이라고 밝힌 3명은 A 교수가 여학생들에게 “남자랑 옷 벗고 침대에 누워 본 적이 있느냐” “다리가 늘씬한 게 시원해서 좋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제자들의 손을 잡거나 어깨에 팔을 올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외국어대는 사실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벌여 왔다. 조사위원회는 A 교수가 숨지기 전날 그를 면담했다. 학교 측은 A 교수가 사망하자 보도자료를 통해 “고인은 교육자로서 의혹에 대한 극심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인을 향해 제기된 모든 의혹 관련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부는 이날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의 성추행, 성희롱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남성 교수 4명과 조교 1명에 대해 학교 측에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과장이던 박중현 교수는 학생들을 편집실 등으로 불러 안마를 시키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으며 “허벅지에 살이 많다”는 등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또 이영택 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여학생을 포옹했으며 배우인 최용민 교수는 2004년 택시에서 극단 동료를 끌어안고 키스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안광옥 강사와 조교 B 씨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조교 B 씨가 박 교수의 안마 지시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등 성추행을 방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 측에 박 교수의 파면과 나머지 4명의 해임이나 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학교에 대해선 기관경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44개 대학 여교수회는 성명을 내고 “사법, 문화, 정치계 등에서 쏟아져 나온 ‘미투’ ‘위드유(WithYou·당신과 함께)’ 목소리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출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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