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를 보약으로” 스틱 다잡은 ‘유뚝이’… 아이스하키 15일 캐나다와 준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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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 1P 4골 허용했으나 정신력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
“고3때 다쳐 포수 꿈 접었지만… 퍽 온몸으로 막아 반드시 메달”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오른쪽)이 11일 열린 2018 평창 패럴림픽 체코와의 예선전에서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사고를 당하기 전 고교 야구부 포수로 활약했던 유만균은 공을 잡을 때의 운동신경을 살려 대표팀 수문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유만균(오른쪽)이 11일 열린 2018 평창 패럴림픽 체코와의 예선전에서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사고를 당하기 전 고교 야구부 포수로 활약했던 유만균은 공을 잡을 때의 운동신경을 살려 대표팀 수문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2분 13초.’

주전 골리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출전 시간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동료들 뒤에서 단단히 골문을 지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였다. 한국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 3위)의 골리 유만균(44)은 13일 미국(세계 2위)과의 평창 패럴림픽 예선 B조 최종전(0-8 한국 패)에서 1피리어드에 교체됐다. 대표팀이 개인기가 좋은 미국에 ‘소나기 슈팅’을 허용하며 4골을 내준 뒤였다. 일본과의 1차전(세이브율 85.71%), 체코와의 2차전(세이브율 80%)에서 맹활약했던 그이지만 이날은 수비진의 붕괴 등으로 인해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만균은 미국전 패배가 남은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리라 믿었다. 유만균은 “감독님이 제가 받을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교체해주셨다. 하지만 정신력은 흔들림이 없다”면서 “지금도 더 많은 골을 막아줘야겠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처럼 장애인아이스하키도 골리의 활약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스틱 1개를 사용해 슈팅을 하는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아이스하키는 두 개의 스틱을 이용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각도에서 퍽이 날아온다. 유만균은 경기에 앞서 팀 동료가 골문 구석구석으로 날리는 다양한 퍽을 막는 훈련을 하면서 수비 감각을 끌어올린다.

대표팀은 15일 낮 12시 강릉 하키센터에서 캐나다(세계 1위)와 준결승을 치른다. 조직력이 뛰어난 캐나다는 다양한 루트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한다. 유만균이 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승리하면 패럴림픽 사상 최초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 유만균은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유만균은 고교 시절에 야구부 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못 쓰게 되면서 프로 선수의 꿈을 접었다. 유만균은 “당시에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걱정이 많았다. 지금도 야구 경기 중계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32세에 아이스하키에 입문하면서 다시 희망을 얻었다. 2014 소치 패럴림픽 때는 당시 세계 3위였던 러시아를 상대로 21개의 슈팅 가운데 19개를 막는 등 맹활약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평창 패럴림픽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다.

경기를 마칠 때마다 그의 상반신은 멍투성이가 된다. 유만균은 “50개 정도의 슈팅을 막을 때도 있다. 그러면 다음 날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멍이 든다. 또 퍽을 막기 위해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다가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가 아이스하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메달 획득이라는 간절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유만균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한 아이스하키를 통해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우리 팀은 세계적 아이스하키 강국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꼭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아이스하키#패럴림픽#준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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