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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짜리 철창에 갇힌 ‘반다비’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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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짜리 철창에 갇힌 ‘반다비’를 지켜주세요”

김하경기자 입력 2018-03-15 03:00수정 2018-03-15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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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다비’ 모티브 된 반달가슴곰
웅담 채취 위해 628마리 사육… 사육산업 폐지 후 관리 소홀로 고통

평창 패럴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반다비(사진)가 평창 겨울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못지않게 인기를 얻고 있다. 가슴에 흰색 반달무늬를 가진 반다비의 모티프는 반달가슴곰. 사람들은 대개 지리산에 방사돼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멸종위기 곰을 떠올린다. 하지만 모든 반달가슴곰이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단체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죽어가는 ‘반다비’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하고 있다.

반달가슴곰이 처한 상황은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다르다. 복원사업에 활용되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러시아나 북한, 중국 북부 등에서 들여온 ‘우수리종’이다. 유전적으로 한국 고유종과 가장 비슷하다고 한다. 반면 철창에 갇혀 사육되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말레이시아나 대만, 일본 등에서 왔다. 외형적으로는 동북아종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40여 년 동안 계통이 없거나 불확실하게 증식돼 복원사업 투입에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

현재 한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반다비’는 628마리다. 1981∼1985년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입된 반달가슴곰 493마리의 후예다. 농가 소득 증대와 외화벌이 목적으로 정부는 재수출 용도로 곰 수입을 장려했지만 1985년 수입을 중단시켰다.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 여론이 확산된 데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보신문화를 조명했기 때문이다.

웅담을 채취하기 위해 사육된 반달가슴곰이 농가 철창에 갇혀 있다. 녹색연합 제공
1993년 정부가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해 수출 길도 막혔다. 사육농가들은 국내에서라도 웅담을 판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1999년 24년생 이상 곰의 웅담 채취가 허용됐다. 2005년에는 도축할 수 있는 곰의 나이가 10년생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웅담 수요가 줄어들면서 사육 곰 수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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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사육농가,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육곰대책위원회는 한국의 사육 곰 산업 폐지에 합의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가 57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967마리의 사육 곰을 중성화시켰다. 2015년 이후로는 사육 곰이 태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예산도 지원되지 않는 데다 웅담 수요도 적어 사육 곰들은 그저 좁은 철창에 갇혀 홀대당하고 있는 상태다.

사육곰관리지침에 따르면 곰 한 마리당 최소 4m²의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받아들인 농장은 규제 유예 대상이 돼 사육 곰 중에서는 한 평짜리 철창에 두 마리씩 사는 경우도 있다. 위생관리나 영양상태도 나쁜 상황이다. 좁은 철창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곰들은 병을 얻거나 자해를 한다.

시민단체는 베트남처럼 한국도 남아있는 사육 곰에게 나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베트남 정부는 곰 사육 폐지를 위해 사육 곰을 점차 줄여나가는 한편 국립공원에 사육 곰 보호를 위한 별도 구역을 지정했다. 임시보호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최승혁 녹색연합 활동가는 “종 복원사업 대상 곰들도 야생 적응에 실패하면 별도 시설에서 관리하는 것처럼 야생에서 살 수 없는 사육 곰들에게도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반다비#패럴림픽#반달가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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