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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49〉친구는 ‘독점’이 아니라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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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49〉친구는 ‘독점’이 아니라 ‘확장’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입력 2018-03-14 03:00수정 2018-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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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와 놀고 있는데, 더 친한 예전 친구를 만났을 때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올해 학교에 입학한 민주(만 7세)는 새로 사귄 친구 은지와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다. 은지는 민주와 같은 반으로 급식실에 갈 때도, 모둠활동을 할 때도 항상 같이 다닌다. 은지와 함께 놀이터에 들어서자 이미 한 무리의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그 아이들이 은지를 보더니 반갑게 불렀다. 은지의 어린이집 친구들이라고 했다. 은지는 환하게 웃으면서 그 아이들에게 뛰어가 버렸다. 민주는 울상이 되어서 엄마를 쳐다보았다.

아이들의 인간관계에서 부모가 유념해야 할 기본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어릴수록 인간관계는 확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내가 A와 친한데, A가 다른 아이하고도 친하면 내가 다른 아이하고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확장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하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 언제나 친구는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지만,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나 또한 인간관계가 넓어진다고 해서 그 친구와의 관계가 변질되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줘야 한다.

둘째, 피하지 말고 경험해봐야 한다. 인간관계는 어른들도 참 어렵다. 너무 다양하고, 구구단 같은 규칙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보편성과 일반성이라는 큰 기준을 바탕으로 개인의 역량으로 유연성을 잘 발휘해야 하는 분야이다. 이 때문에 사회성의 좋고 나쁨은 개인이 가진 유연성에 의해서 좌우되곤 한다. 그런데 이 유연성은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쌓여야 생긴다. 사람들을 좀 겪어봐야 내가 덜 다치면서 할 말은 하는 기술도 알게 된다. 단, 아이가 경험하는 인간관계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것이라면, 그건 빨리 빼내줘야 한다.

셋째, 이런 기본을 굉장히 오랫동안 가르쳐야 한다. 내 아이는 은지가 될 수도, 민주가 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내 아이가 은지라면, 뛰어가는 은지에게 “은지야, 민주도 챙겨 가야지”라고 말해준다. 민주가 쭈뼛거리고 있다면, 어른이 좀 개입해도 좋다. 그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얘는 민주야. 은지 친군데, 같이 놀아도 좋겠다”라고 말하고, 민주에게도 “모래놀이 좋아해?”라고 물어본다.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면, 그 친구들 사이에서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다.

혹, 그렇게 놀고 돌아왔다면, 은지에게 다음부터는 민주에게 “쟤네 나랑 친한 친구인데, 소개해 줄까? 우리 같이 놀까?”라고 물어보라고 가르쳐준다. 만약 민주가 “싫어”라고 한다면, 그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얘들아 오래간만이다. 너희랑 놀고는 싶은데, 오늘은 내가 친구랑 있어서, 다음에 놀자”라고 말하고 민주랑 노는 것이 맞다고 말해준다. 인간관계에서는 의리가 중요하다. 지금 사귄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것이라고 가르쳐준다.

만약 내 아이가 민주이다. 아이가 “지들끼리만 놀고, 나 걔 다시는 안 만나”라고 한다. 이럴 때는 “왜 그 아이들이 싫었어?”라고 물어준다. 아이가 “아니 내가 모르는 애잖아” 하면 “네가 ‘야 나는 민준데, 같이 놀자’라고 할 수도 있어. 한번 생각해봐. 늘 어느 한 친구하고만 놀 수 없거든”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그래도 난 싫어” 하면, “그럴 때는 은지한테 ‘어우, 야 나 버리고 가냐, 야 너무해’라고 웃으면서 말해봐. ‘야 나랑 놀자. 나 심심하잖아’ 이렇게 할 수도 있어. 그러면 ‘미안 미안’ 하고 다시 챙기기도 하거든”이라고 말해준다.

또 “원래 만나서 놀기로 한 친구랑 노는 게 맞아. 그게 먼저야”라고 우선순위를 가르쳐준다. 아이가 “그러면 아까 은지가 나쁜 거야?”하면 “아니, 아직 은지가 그걸 못 배운 거야. 너도 어리고 은지도 어리니까 아직 그걸 잘 몰라서 그런 건데, 아마 은지 마음속에서는 너도 좋은 친구라고 생각할 거야. 너무 속상해하지 마”라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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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아이들의 인간관계는 ‘친구는 독점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만 알게 돼도 마음이 편해진다. 엄마의 친구관계, 아빠의 친구관계를 들어 자주 설명해 주는 것도 좋다.

“엄마가 정하 이모랑도 친하고 숙희 이모랑도 친하잖아. 그런데 두 이모는 서로 알긴 알지만 친하지는 않아. 한 사람은 고등학교 친구이고, 한 사람은 중학교 친구거든. 그런데 엄마가 정하 이모를 만난다고 숙희 이모랑 덜 친한 거 아니거든. 정하 이모가 다른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엄마가 ‘너 걔 만나러 가지 마’ 하지 않아. 인간관계는 그런 거야. 어릴 때는 그런 것에 마음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 이해해. 그러나 너무 마음 상하지 마.”

아이들의 인간관계는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 다음에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초점을 두고 나이에 맞게 설명해주면 된다. 사소한 갈등은 겪으면서 확장해나가고 경험을 통해서 배워가는 것이 인간관계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인간관계#아이 인간관계#사소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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