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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官이 명관? 10대 그룹 상장사 이사진 살펴보니… 사외이사 35%가 권력기관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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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官이 명관? 10대 그룹 상장사 이사진 살펴보니… 사외이사 35%가 권력기관 출신

김지현기자 , 황태호기자 입력 2018-03-13 03:00수정 2018-03-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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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정부가 재계에 ‘사외이사 독립성’을 거듭 주문하고 있지만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공시된 10대 그룹 상장사 사외이사진에는 장차관 등 ‘권력기관’ 출신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권에선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이들이 대거 수혈되면서 ‘코드 인사’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12일 재벌닷컴이 9일까지 공시된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외이사진을 분석한 결과 전체 132명 중 부처 장차관이나 판검사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이 46명(34.8%)에 달했다. 장차관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판검사 출신이 11명이었다. 이어 국세청(7명), 기재부(6명), 금감원(6명), 공정위(4명) 순으로 많았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선 대기업 사외이사진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주요 기업에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사외이사 선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특히 지난해부터 재벌개혁 이슈가 이어지면서 기재부와 공정위 등 경제부처 출신이 유독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대기업 그룹별로 보면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롯데그룹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지난달 구속된 가운데 법조계 출신이 유독 많은 것이 특징이다. 롯데푸드는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검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롯데쇼핑은 이재원 전 법제처장, 롯데케미칼은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 롯데정밀화학은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을 각각 사외이사에 재선임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공정위 사무처장 출신을 유독 많이 선택했다. 현대차는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기아자동차는 한철수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신규 선임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동훈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재선임한다.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최근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 운영을 개혁하라는 정부의 주문이 나오면서 주요 그룹들 사이에선 알아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코드 맞추기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삼성은 공정위가 올해 상반기로 정해둔 ‘재벌개혁 데드라인’을 앞두고 이사회 개편 카드를 내세웠다.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물산도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출신을 선임하며 이사회의 다양성을 강화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일반 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개편했다. 지금까지는 이미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논의해 사외이사 중 한 명에게 주주권익보호담당 역할을 맡겼는데 이를 일반 주주들이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도 사외이사진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전달하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신설했다.


금융권에서도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하나금융지주는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2기)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을 맡았던 박시환 전 대법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박 전 대법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은 박시환 전 대법관 외에도 재경부 출신의 김홍진 전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 금감원 규제심의위원장을 맡았던 백태승 한국인터넷법학회 회장 등 권력기관 출신 인물을 여럿 추천했다.

KB금융지주는 금융권에서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첫 테이프를 끊을지 주목받고 있다. KB금융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7일 지분 0.18%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사회에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시하면서 양쪽의 법적 다툼으로 번진 상태다. KB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
#사외이사#권력기관#상장사#코드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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