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객 발길 뜸한 조민기 빈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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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의식해 연예인 잘 안보여
“가족에 미안… 스스로 정리” 유서
유족 뜻따라 부검없이 12일 발인

11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조민기 씨(53)의 빈소는 한산했다. 유족들이 흐느끼는 소리 외에는 조용했다.

연예계 관계자들이 보낸 화환 40여 개가 빈소 앞에 세워져 있었지만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 조 씨의 지인 A 씨는 “어제는 조문객이 좀 있었다. 여론 때문에 빈소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술 취한 사람이 조 씨의 빈소에서 고성을 지르는 소동이 있었다. 유족의 요청으로 빈소 앞에 보안요원이 배치됐다. 유족들은 빈소를 드나들 때 고개를 숙이는 등 노출을 피하려고 애썼다.

조 씨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해 11월 조 씨가 공연영상학부 교수로 재직했던 청주대 내부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후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확산되면서 조 씨가 여학생들을 오피스텔로 불러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청주대는 연극학과 학생들을 전수 조사한 뒤 조 씨를 면직 처분했다.

조 씨는 다른 미투 폭로보다 숨지기 전 과거 사석에서 만난 여성에게 보냈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신체 일부 사진이 공개되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씨의 지인 B 씨는 “카카오톡 대화와 사진이 보도된 뒤 조 씨가 집에서 나오지 않고 말도 잘 안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직접 펜으로 쓴 A4 용지 3, 4장 분량의 유서에 이와 관련한 심경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씨는 유서에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 정리해야겠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바보’라고 칭하면서 여러 차례 가족에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특히 딸이 겪을 고통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자신을 수사한 경찰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도 “가족들을 위해 그만 덮어주시기 바란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주대에서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대해 쓴 유서에서 피해 학생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교수라는 직분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았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사회적,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지 열흘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의 뜻에 따라 시신 부검 절차는 없었다. 조 씨의 발인은 12일이다.

최지선 aurinko@donga.com·유주은·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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