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매직’… 꼴찌 후보 DB, 6년만에 정규리그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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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노쇠화-군입대로 리빌딩 맡아
“땀 흘린만큼…” 누구에게나 출전 기회
기복 심한 두경민 간판 슈터로 키워


경기가 끝났어도 약 4000 명 DB의 원주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전주에서 열리고 있는 삼성과 KCC 4쿼터 막판 중계 화면을 지켜봤다. 이상범 감독을 비롯한 DB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같은 경기를 초조하게 관전했다.

11일 DB가 SK에게 69-79로 패했지만 같은 시간 경기를 치르고 있던 삼성이 KCC를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원주 경기 종료 후 13분 뒤 삼성이 KCC를 꺾자 DB 선수단은 한데 뒤엉켜 환호한 뒤 코트로 다시 몰려나와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DB는 37승 16패를 기록해 남은 1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2012년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5번째(전신 TG삼보 시절 포함) 정규리그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동부에서 팀명을 바꾼 DB는 이상범 감독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맡겼다. 제2의 창단 분위기였지만 시즌 전 전망은 어두웠다. 주전 노쇠와 부상, 허웅 입대 등으로 12명 엔트리 구성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정상에 오른 중심에는 이상범 감독이 있다.



이 감독은 디온테 버튼과 로드 벤슨으로 안정된 외국인 라인업을 이룬 뒤 기복이 심했던 두경민을 간판 슈터로 키웠다. 고참 김주성과 윤호영은 팀의 리더 역할을 맡기며 경기 막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DB는 10개 구단 가운데 4쿼터 득점이 22.3점으로 1위다. 강한 뒷심으로 선두를 달렸다. 이 감독은 “주성이와 호영이가 팀 내에서 아빠 엄마 역할을 해줬다. 수비에서 중심을 잡았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이 누구에게나 출전 기회를 주면서 김태홍, 서민수, 김영훈 등의 기량이 급성장한 것도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

이상범 감독은 “운이 좋았다. 선수들이 궂은일을 하면서 남들보다 2배 이상 뛰어 이뤄낸 값진 우승이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정규리그 우승은 감독 경력 6시즌 만에 처음. 이 감독은 KGC 시절인 2012년 당시 정규리그 챔피언 동부를 꺾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룬 적이 있다.


연세대 시절 이 감독을 가르친 최희암 전 감독(고려용접봉 대표)는 “남 탓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혼을 내도 뒤끝이 없다. 늘 웃고 의리도 잘 지킨다. 그런 면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동부화재 우승#이상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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