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여성들이여 반격하라… 권력형 폭력의 역사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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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밀러 지음/박소영 옮김/696쪽·3만4000원·오월의봄


미국 여성운동가 수전 브라운밀러가 1975년 낸 이 책은 ‘페미니즘 역사의 고전’이라는 평 외에도 세기가 바뀐 지금 터져 나오는 여성 문제의 근원을 들여다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최근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권력형 성폭행’이 실은 성폭행의 근본 메커니즘이라는 주장이 40여 년 전 나온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남성이 강간이라는 행위를 통해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어 온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신문 용어인 성폭행 대신 책에 사용된 ‘강간’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브라운밀러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신체 구조다. 여성의 신체 구조(삽입당할 수 있는 구조)로 인해 언제든 남성에게 강간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도록 만든 최초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강간이 행해지는 것은 남성의 정욕 때문이 아니라 권력이 작동돼서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여성을 차지하고 권력을 확인하려던 역사 초기를 짚고, 전쟁과 혁명 속에서 보상으로 이용된 전시(戰時) 강간의 역사를 고찰한다. 또한 대중문화 속에서 강간영웅이 탄생하고 떠받들어지는 모습을 드러내고 비판한다.

저자의 주장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선명하다. 남성 중심 사회가 강요해 온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격’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반격하라. 우리 모두가 여러 층위에서 함께 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맞서 싸우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강간의 역사를 부여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가 함께 강간의 미래를 단호히 부인할 차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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