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세진]자유무역주의자 게리 콘의 낙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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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철강에 일률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충돌한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57)이 6일(현지 시간) 사퇴하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낙마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공화당 서열 3위인 존 순 상원의원은 “그는 (백악관에서) ‘이성의 소리’를 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를 막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복귀도 주도해온 콘 전 위원장은 백악관에서 자유무역의 ‘마지막 방패’로 평가받았다.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콘은 아메리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26년간 일했다. 2016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NEC 위원장’에 지명하자 반발이 쏟아졌다. 금융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가 연봉이 260억 원에 이르는 금융계의 대표적인 인물을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임명했기 때문이다.

▷월가의 신뢰를 받으며 자유무역을 지켜온 콘의 낙마로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향후 백악관의 경제정책을 주도할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69)은 ‘자유무역이 미국 경제에 유익하다’는 주류 경제학을 부인한다. 중국의 부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미중 무역전쟁을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세계 각국은 백악관에서 대화할 인물이 없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 발표 당시 워싱턴에 머물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도 백악관과의 소통에 애를 먹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은 트럼프의 백악관이 혼돈에 빠져 적절한 대화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강력한 무역 압박 속에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진행 중인 한국도 대화 통로가 절실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홀로 미국의 조야(朝野)를 설득하는 형편이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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