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식당주인-성당신부가 성추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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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태풍]해외 한인사회도 미투 행렬
기존엔 비자발급 문제 우려 쉬쉬… 국내 폭로바람 영향 받아 용기 내
“10일 베를린서 토론회” 안내글도

“공부를 하려면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 했고, 보복도 두려웠습니다.”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하는 이모 씨(여)는 동아일보와의 페이스북 대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씨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비공개 페이지 ‘독일 유학생들의 네트워크’에 베를린의 한식당 사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평소 한국인 사장이 ‘옷차림이 섹시하다’는 등 성희롱 하고 “차에서 몇 차례나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씨는 “한국인이라 독일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신고를 못 했다. 다른 피해자가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유학생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해외 한인 사회에서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동안은 성폭력을 당했어도 대부분 침묵했다.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폐쇄적인 한인 사회에서 따돌림당할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다 국내 미투 열풍에 힘입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여성 A 씨도 같은 날 이 커뮤니티에 “유학 온 초기, 같은 어학원을 다니는 오빠가 책을 빌려주겠다며 기숙사로 데려가 강제로 안고 목을 빨았다”며 “지금도 생각만 하면 몸이 굳는다”라고 밝혔다. 이달 4일에는 ‘10일 베를린에서 미투 토론회를 열자’는 글이 올라왔다. 토론회를 기획한 정순영 씨는 “미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일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인 교회와 성당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도 동참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이던 B 씨는 트위터에 “한인 교회 목사가 강제로 끌어안았다. 남자친구와 여행 가서 한 방을 쓴다고 하니 몹시 나무랐다”고 밝혔다. 유명 베트남어 인터넷 강사 최모 씨도 페이스북에 “10년 전 베트남 한인 성당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사는 김모 씨는 “로스앤젤레스 한인 성당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외로 오는 신부들은 한국에서 사고를 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학 비자를 받고 불법 취업하거나, 불법 체류자들인 경우 자칫 추방될까 봐 입을 다문다는 얘기다. “캐나다 밴쿠버 한인 교회에서 미투 운동을 하다 지역사회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글도 올라 왔다.

구특교 kootg@donga.com·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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