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문제, 작년 여름부터 道의원들 사이 오르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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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의원 “그때 직언했더라면…”

“그때 찾아가 직언을 했어야 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의원 A 씨는 7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경고’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전 비서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도의원들은 그런 조짐을 지난해부터 감지했다고 한다.

A 씨는 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초여름 도의원들 사이에서 “안 지사가 여성 직원을 따로 부르는 일이 많다더라”, “여성 직원에게 스킨십을 했다더라” 등의 말이 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도의원 가운데 누구도 안 전 지사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내 위상이 높은 안 전 지사의 비위를 건드리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늘 소통을 강조하는 안 전 지사였지만 주변에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문이 더 무성해지자 A 씨는 안 전 지사와 만나는 일정을 잡았다. ‘조심하라’는 직언을 하기 위해서였다. A 씨는 “당시 도의원으로 일하면서 동고동락한 지 8년이나 됐는데 어떻게든 얘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경선 이후 더 바빠진 안 전 지사는 면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A 씨는 다시 비서진에 연락을 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A 씨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폭로를 접하고 지난해 떠돌던 소문이 거의 다 맞는 얘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B 의원도 “지난해 여름 안 전 지사와 여성이 얽힌 소문이 나돌 때 여성 지지자가 많다 보니 이런저런 억측이 많나 보다 하고 넘겼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언론 보도를 통해 또 다른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폭로하자 충남도 공무원들은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한 공무원은 “처음에는 안 전 지사의 일방적인 잘못은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지만 (보도 후) 그렇게 생각할 일말의 여지조차 사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태신 충남도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직자들의 충격과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안 전 지사가 8일 도청에 온다는데 그대로 들어오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홍성=배준우 jjoonn@donga.com·지명훈 기자
#안희정#미투#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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