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월 정상회담 전에 南-北-美 ‘비핵화 이행 계획’ 마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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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에 ‘비핵화 의지’를 밝힘에 따라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외교전이 본격화됐다. 특사단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오늘 미국으로 떠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과의 면담 결과를 설명한다. 특히 정 실장이 “미국에 전달할 북한의 입장이 별도로 있다”고 밝힌 만큼 김정은의 대미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다음 주쯤엔 각각 중국과 일본도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에 미국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두고 보자고 했다.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보겠지만 ‘헛된 희망’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압박과 제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끈 만큼 가시적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지금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다. 미국은 우리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들은 뒤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이 전할 김정은의 메시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북-미 대화의 개시 시한은 3월 말이었다. 4월 초 실시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이전에 북-미가 대화의 첫발을 떼지 않으면 한반도는 올림픽 이전의 긴장 상태로 회귀하면서 가파른 대결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4월 말로 잡히고 김정은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긴장의 고비는 한 달 늦춰지게 됐다. 비록 시한은 연장됐지만 이젠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단순히 북-미 대화의 시작이 아니라 협상을 본궤도에 올려야 한다.

일단 북-미가 비핵화 대화의 입구에는 다가섰지만 실제로 만나 핵 폐기라는 출구를 논의하는 데는 만만찮은 충돌과 대립이 불가피하다. 이제 시작점 근처에 왔을 뿐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 동결부터 폐기까지, 그리고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 이어지는 북핵 해결 로드맵이 그려져 남북미 3자의 공감대를 얻어야 북-미 대화도 본격화할 수 있다. 로드맵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동의 아래 북한을 설득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의 호응까지 얻어내야 완성될 수 있다.

이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북한 비핵화의 이행과 검증, 그에 따른 대응 조치가 담길 것이다. 미국은 전자에, 북한은 후자에 관심을 쏟겠지만 얼마나 정교하게 다듬어내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의 성패가 달렸다. 그 성과에 따라선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10년 전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남북미 세 정상의 한반도 종전(終戰) 선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북한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도 북-미 중재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남북 정상회담#비핵화#북미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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