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내세우더니” 국민 배신감… 자취감춘 안희정, 측근들과 법률대응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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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5일밤 폭로직후 집무실 떠나
측근 “공개 입장표명 계획 없어… 7일중 변호인 선임할 예정”
“추가 피해자 있다” 소문 돌아

6일 사퇴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측근들과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안 전 지사와) 여러 차례 만나고 통화하며 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어디에 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와 측근들은 검찰 수사에 대한 준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측근은 “법률 대응 때문에 오늘 서울에 갔었다. 7일에 변호인을 선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측근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안 전 지사의 억울한 점이나 소명할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공개석상에서 다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오보다.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 (안 전 지사가) 도청으로 갈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폭로 직후인 5일 오후 9시경 집무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짐은 그대로 남겨놓고 몸만 나섰다고 한다. 이후 6일 0시 50분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및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공식 입장의 전부다.

이날로 지사 부재 상황을 맞은 충남도는 하루 종일 긴박한 분위기였다. 직원 대부분이 일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무원들은 다른 피해자의 폭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여성 공무원은 “추가 피해자가 있다면서 이름까지 언급되는 등 하도 많은 억측이 나돌아 얼굴 들고 다니기가 겁이 날 정도다”라고 말했다.

과거 안 전 지사와 김 씨를 둘러싼 미심쩍은 정황도 뒤늦게 불거졌다. 한 공무원은 “해외 출장 중 호텔에 머물 때 지사와 다른 공무원들은 다른 층을 쓰는데 김 씨는 같은 층을 썼다. 그때는 수행비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무원은 “해외 출장 때 안 전 지사가 김 씨를 늦은 밤에도 자주 불러 이상하게 여겼다는 말을 동료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반인이 느낀 ‘안희정 쇼크’도 상당했다. 안 전 지사에 대해 ‘뭔가 다른’ 정치인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은 지독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도예리 씨(26·여)는 “얼마나 큰 권력이면 그런 상황에서도 (김 씨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 봤다. 순간 같은 여자로서 정신이 아득해졌다”고 말했다. 도 씨는 “권력을 악용한, ‘잔인한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그에게 투표했다는 취업준비생 김남영 씨(27·여)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미투 운동’도 지지한다고 했는데, 다 연기였나 싶어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홍성=지명훈 mhjee@donga.com·배준우 / 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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