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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지르고 피해자에 “잊어라”… 권력형 나르시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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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저지르고 피해자에 “잊어라”… 권력형 나르시시즘

김윤종 기자 , 김동혁 기자 , 조유라 기자입력 2018-03-07 03:00수정 2018-03-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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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성폭행 파문]‘가해자의 말’ 전문가 심리분석
작년 7월 안희정-수행비서 김지은 씨 지난해 7월 4일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 앞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 채널A 공동 인터뷰에 앞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오른쪽)가 얼굴에 번진 화장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 씨가 넥타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도대체 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민은 차기 대권주자가 왜 상식 밖의 행동을 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이 폭로로 안 전 지사는 ‘깨끗한 정치인’이란 이미지는 물론이고 그간 쌓아오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게 됐다. 전문가들과 함께 안 전 지사의 행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텔레그램 속 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심리를 분석했다.

○ ‘권력형 나르시시즘’에 빠져 범죄 합리화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건은 ‘권력형 성폭행’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심리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추앙받는 과정에서 ‘자기애(自己愛·나르시시즘)’에 빠지면서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권력형 성범죄자의 유형은 △자신의 권력 영역을 곧 자신의 왕국으로 생각하는 ‘무소불위형’ △권력에 동조하고 추종하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지능형’ △권력자의 모습을 보고 학습한 후 상대적 약자에게 범행하는 ‘모방·학습형’ 등으로 나뉜다.

‘무소불위형’은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이 미치는 곳을 전부 자기 세계로 인식하는 경우다.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모두가 용인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인 고은 씨(85)와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 씨(66) 등이 대표적인 예. 고 씨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여성 문인의 신체를 더듬었다. 미투 증언에 따르면 이 씨는 여성 연극단원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상습적으로 일삼으면서도 범죄라는 인식조차 못 했다.

안 전 지사 역시 수행비서 성폭행을 범죄 행위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자신의 수행비서는 청와대로 갈 수 있는 특권층이며, 성관계조차 김 씨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허지원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력형 성폭행범은 자신의 행위를 일종의 ‘시혜’로 생각한다. 범행을 부인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것도 진심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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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의 경우 자신의 권력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김석만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제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성추행을 했다. 배우 오달수 씨는 후배 여배우를 대상으로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이들의 공통점은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였다”, “좋은 감정으로 만나던 중 발생한 일이다”라고 해명한다는 것이다. 지능형은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식하면서도 상대가 이를 폭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안 전 지사는 ‘무소불위형’과 ‘지능형’이 합쳐진 사례라는 분석이다.

나지경 서강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안 전 지사 역시 자신을 동경해온 김 씨를 8개월여간 성폭행하면서도 상대에게 연애 감정을 갖도록 유도하는 등 수시로 설득의 과정을 거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조재현 씨와 전 인간문화재 하용부 씨는 전형적인 모방·학습형이다. 주로 타깃으로 삼은 사람들은 유사 직종에 있는 하위 직급자다.

○ “괘념치 말거라”…미투운동 중 또 성폭행, 피해자 무력화 심리

미투 운동이 확산되던 지난달 25일에도 안 전 지사는 김 씨를 밤에 불러 “미안하다”고 말한 후에 성폭행했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성폭행 범죄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장은 “권력형 성폭행범은 외부 조건이 어떻게 변하든, 힘을 가진 자신은 아무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각인시킴으로써 피해자를 무력화시킨다”며 “안 전 지사 역시 자신은 미투운동에도 끄떡없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김 씨는 5일 폭로 당시에도 “안 지사의 권력이 얼마나 크다는 걸 안다. 제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려워했다.

안 전 지사가 텔레그램을 통해 김 씨에게 “괘념치 말거라”라고 밝힌 점은 ‘범죄자의 중화심리’로 설명된다. 둘의 관계는 성폭행, 즉 사회적 범죄가 아닌 개인 간 성관계라는 점을 이 말 속에 담아 스스로는 자책감을 낮추는 한편 김 씨에게는 수치심을 줄이려는 심리적 ‘희석’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다.

피해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안 전 지사는 권력을 이용해 유사한 사건을 무마시켜 온 학습효과가 생겼고 성폭행이 범죄라는 경각심이 줄게 되면서 이번 일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충남도청을 특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종 zozo@donga.com·김동혁·조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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