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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영]지방 소멸이 아니라 ‘국가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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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진영]지방 소멸이 아니라 ‘국가 소멸’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입력 2018-03-07 03:00수정 2018-03-0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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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많은 이들이 한반도가 세계의 화약고라며 북핵을 걱정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최대 적은 북핵이 아니라 인구”라고 진단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학적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35만7000명으로 30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이대로 가다가는 67년 후엔 인구가 반 토막이 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 소멸’이 아니라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저출산은 선진국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안정된 인구 규모를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명이 돼야 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이 기준에 맞는 나라는 이스라엘(2.64명)뿐이다(미국 중앙정보국·2017년). 이탈리아(1.44명)에서는 2014년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돌자 “나라가 죽어가고 있다”는 탄식이 나왔다.

미국의 경제학자 토드 벅홀츠는 저서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2016년)에서 “저출산은 경제적 번영의 산물”이라며 “거대한 중산층이 존재를 드러내면 항상 출산율 하락이 시작된다”고 했다. 가난할 땐 일손을 확보하려고 아이를 많이 낳지만, 먹고살 만하면 자녀양육의 기회비용을 따지기 시작한다. 적게 낳아 일류로 키우고, 힘들게 애 키우느니 반려동물과 여유 있는 삶을 누리려 한다. 스파르타와 로마제국은 정복전쟁으로 노예와 부를 가지면서 저출산 사회가 됐다(그리고 멸망했다). 산업화 이후로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세 번 연속 상승할 때 출산율은 2.1명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니 저출산 흐름을 돌려놓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 대신 선진국들은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 유엔에 따르면 출산율이 높은 저개발국가의 지난해 이민자 비율은 평균 1.8%에 불과하지만 선진국은 11.6%다. 대표적인 이민국가인 호주가 28.8%, 캐나다 21.5%, 미국 15.3%다. 출산율이 0.83명으로 224개국 중 꼴찌인 싱가포르는 인구의 약 절반(46%)이 이민자다.

한국도 출산 장려책에만 매달려서는 국가 소멸을 막기 어렵다. 올 1월 현재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212만8400명)과 국적 취득자(15만9400명)를 더하면 약 2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가 이민자다. 아직도 ‘단군 이래 최대’ ‘단군 이래 최저’를 따지는 단일민족 의식이 강하지만 한국도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이 한계에 왔다고 보고 저출산 연착륙 대책을 준비 중이다. 여기엔 이민정책이 꼭 들어가야 한다. 이민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자(서광석 인하대 이민다문화학과 교수), 단순 기능 인력보다는 전문 인력을 붙들어두는 체계를 갖추자(정기선 IOM이민정책연구원장), 이민국가에 맞는 가치를 헌법에 담아내자(박진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여러 제언에 귀 기울여 이민정책을 주요 어젠다로 추진해야 한다.

까다로운 이민조건을 맞춰서라도 꼭 가서 살고 싶은 나라, 재능 있는 유학생들이 공부가 끝난 뒤에도 눌러앉고 싶은 나라, 차별받지 않고 누리는 만큼 의무도 다하는 나라, 이들의 코리안 드림을 시샘하지 않고 박수쳐주는 나라,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이민국가일 것이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고향(경북 의성군)의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아니라, 맨주먹의 이민자 부모 밑에서 세계적 스노보더로 성장한 클로이 김의 성공담을 만들어내는 사회, 그런 이민국가가 돼야 한다.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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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국가 소멸#토듣 벅홀츠#이민자#출산 장려책#이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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