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난민-反EU-反기득권… 이탈리아 총선 뒤덮은 포퓰리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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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운동-동맹당 출구조사 50% 득표

4일 열린 이탈리아 총선에서 2009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제1당을 차지한 극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왼쪽 사진)가 로마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뒤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운데 사진)는 예상 밖으로 선전했고, 동맹당과 함께 우파연합을 이끈 전진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대표도 정계 복귀에
 성공했다. 이들이 앞으로 이탈리아를 이끈다.
4일 열린 이탈리아 총선에서 2009년 창당 이래 처음으로 제1당을 차지한 극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왼쪽 사진)가 로마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뒤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운데 사진)는 예상 밖으로 선전했고, 동맹당과 함께 우파연합을 이끈 전진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대표도 정계 복귀에 성공했다. 이들이 앞으로 이탈리아를 이끈다.
반(反)난민과 반유럽연합(EU), 포퓰리즘이 이탈리아를 뒤덮었다.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五星運動)이 득표율 32%(개표율 50% 현재)로 단일 정당으로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5년 전 선거에서 4%를 얻는 데 그친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당 역시 예상보다 훨씬 많은 18%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이념적 정치세력군 기준으로는 우파연합(37%)이 1위였는데 이 연합 내 1위 정당은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가 아니라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동맹당이었다.


오성운동, 동맹당 이외에도 이탈리아형제당(4%)과 같은 군소 포퓰리즘 정당까지 합치면 좌우 포퓰리즘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반면 집권 민주당은 19% 득표에 그쳐 정권을 내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주름잡았던 정통 사회민주 계열의 추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네덜란드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 사회민주당이 선거에서 패한 데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EU 28개국 중 사회민주 계열의 중도좌파 집권 국가는 몰타, 루마니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 5개국만 남았다.


이번 이탈리아 총선 결과는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유럽 전체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탈리아 총선이 열린 4일 독일에서는 천신만고 끝에 사민당이 대연정을 승인하면서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5개월이 훌쩍 지나서야 정부가 구성됐다. 그나마 독일은 기성 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이 합쳐 득표율 50%를 간신히 넘겨 대연정에 성공했다. 이탈리아는 기성정당인 중도좌파 민주당과 우파 전진이탈리아를 합쳐도 33%에 불과하다.

1일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집권 시 내각을 구성할 18명의 예비 내각 명단을 발표했는데 하나같이 주류 사회에서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었다. 32세인 디마이오 대표 역시 이탈리아 정치의 변방인 나폴리 출신이다. 2009년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창설한 오성운동을 키운 건 ‘분노’다. 오성운동의 기반은 30%가 넘는 청년 실업률로 고통받는 젊은이들, 지역 불평등에 신음하는 이탈리아 남부, 그리고 소득 불평등에 화난 블루칼라 계층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 눈에 띄는 건 극우 포퓰리즘 동맹당의 약진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탈리아 북부를 기반으로 한 동맹당은 이탈리아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부를 갉아먹는 난민에 대한 적대감을 자양분으로 삼았다.

향후 정부 구성의 키 역시 두 당이 쥐고 있다. 오성운동은 디마이오 체제 이후 기존 정당과 연대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깨고 연정을 통한 집권 의지를 밝혀 왔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반EU와 반난민을 고리로 연정을 구성한다면 유럽 주요 국가 중 최초로 포퓰리즘 세력이 집권하게 된다. 그러나 동맹당 마테오 살비니 대표(45)는 5일 “내가 집권을 상의해야 할 대상은 우파 연합”이라며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이는 세력으로 1위를 차지한 우파연합 구성원들 간에 ‘1당이 총리를 차지한다’는 내부 합의를 총선 전에 이뤄 자신이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우파 연합만으로는 정부 구성이 어려워 다른 당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 때문에 동맹당에서는 오성운동과 우파연합의 공동 정권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구성 권한 위임권을 갖고 있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당에 비판적인 것 역시 향후 정부 구성의 또 다른 변수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포퓰리즘#이탈리아#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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