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이 성추행” 불타는 ‘대나무숲’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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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 넘어 일반 학과까지 미투 들불
성신여대 前조교 “상사가 몸 만져”
서울시립대생 “교수가 강제 키스”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대학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는 문화예술계와 연결된 예술대학이나 관련 학과가 미투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개강에 맞춰 일반 학과에서도 폭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대상도 교수뿐 아니라 교직원으로도 확대됐다.

최근 서울시립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서울시립대 광장’에 자신을 재학생이라고 밝힌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교내 성추행 사실을 고백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교양교수의 이름을 거론했다. A 씨는 “1학년 때 수업을 핑계로 따로 불러냈다. 함께 술을 마신 뒤 외진 곳에서 키스를 시도했다. 딸 같다며 몸을 이곳저곳 만졌다”고 주장했다. A 씨가 황급히 그곳을 떠나려 하자 교수는 뒤따라와 택시비까지 줬다고 한다. A 씨는 “마치 몸 파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투가 계속되는 걸 보고 침묵하던 자신에게 죄책감이 느껴져 글을 썼다고 고백했다.

미투 대상으로 지목된 교수는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자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단 학교 측은 해당 교수 강의를 휴강 처리했다. 그리고 양성평등상담센터를 통해 진상을 조사 중이다.

경기 의정부시 신한대에서도 개강을 전후로 성추행 폭로가 10여 건 이어지고 있다. 모두 특정 교수를 지목했다. “여학생을 ‘공주님’으로 부르며 포옹하고 뽀뽀했다”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여부를 물어봤다” 등의 내용이다.


미투 대상에 교직원도 나왔다. 성신여대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했다는 B 씨는 3일 이 대학 페이스북 대나무숲에 자신의 피해 사례를 밝혔다. 2014년 자신의 상사를 당사자로 지목했다. B 씨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행정조교로 근무할 때였다. 회식을 마치고 상사와 집 방향이 같다는 이유로 함께 택시를 탔는데 갑자기 달리는 차 안에서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졌다. ‘오늘 집에 들어가지 마라’ ‘같이 자자’는 말도 수없이 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상사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했고 B 씨는 피해사실을 공개할 수 없었다. 결국 B 씨가 학교를 떠났다. 성신여대는 가해자로 지목된 교직원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앞으로 학기가 진행되고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면 비슷한 미투가 대학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사이에 성범죄가 종종 발생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학 사회 내부의 성의식 수준이 느슨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가해자 제재 등 후속 조치가 부실하거나 투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지난해 서울시립대는 “서른 살 넘은 여자들이 본인이 싱싱한 줄 안다. 그래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교수에게 당시 경고 처분만 내렸다가 지적을 받자 뒤늦게 징계에 돌입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이 학내 양성평등센터를 통해 피해사실을 알려도 징계위원회 위원들이 가해자의 동료 교수들인 경우가 많아 파면 해임 등 중징계보다는 증거 불충분이나 솜방망이 처분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한 서울대 교수는 “정직 2개월만 받아도 교수에게는 상당히 무거운 처벌”이라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예윤·사공성근 기자
#미투#대학가#교직원#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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