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 정의용, ‘대북 전문’ 서훈… 북미-남북 대화 동시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대북특사단 5일 방북]대북 특사단 진용 어떻게 짜였나

서훈-김상균 2005년에도 특사단 포함 2005년 6월 17일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설득하려 방북한 특사단에 참여한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 대북전략실장(오른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옆에 서 
있다. 왼쪽부터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실 소속으로 참여한 김상균 현 국정원 2차장과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서훈과 김상균은 이번
 대북 특별사절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동아일보DB
서훈-김상균 2005년에도 특사단 포함 2005년 6월 17일 노무현 정부 당시 북한의 6자회담 참여를 설득하려 방북한 특사단에 참여한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 대북전략실장(오른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옆에 서 있다. 왼쪽부터 당시 국정원 대북전략실 소속으로 참여한 김상균 현 국정원 2차장과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서훈과 김상균은 이번 대북 특별사절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동아일보DB
5일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의 수석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하지만 정 실장과 사절단에 포함된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나란히 장관급이다. 사실상 ‘투 톱 체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수석이냐 아니냐보다 남북 관계와 북-미 대화는 ‘투 트랙’을 잘 성사시킬 수 있는 분들이 대표단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는 정 실장이, 남북 관계는 서 원장이 나눠 맡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 이례적으로 사절단에 장관급 인사 두 명을 포함시킨 것은 북-미 대화를 포함한 한반도 대화 국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정의용, ‘대화 국면’의 컨트롤 타워로

문 대통령은 정부 의전 서열상 서 원장보다 아래인 정 실장에게 사절단 수석을 맡겨 이번 방북이 남북 정상회담보다는 북-미 대화 조성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목적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절단은 최종 담판이 아니라 대화 국면의 진짜 시작을 위한 것”이라며 “정 실장의 방북은 한국과 미국, 북한의 3각 후속 협상의 연속성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눈다”고 할 정도로 정 실장은 현재 청와대 참모 중 백악관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정 의장은 이번 방북 기간 북-미 대화에 대한 백악관의 의중을 전달하고, 북한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방북 뒤 미국은 물론 중국 베이징도 정 실장이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국민 아그레망’ 단장을 맡긴 했지만 친문(친문재인) 핵심 그룹은 아니었다. 그러나 청와대 입성 이후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트럼프 행정부와의 교류 등을 매끄럽게 풀어가며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관 특유의 매끄러운 소통 능력에 상황 파악 능력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 서훈, 사실상 협상단장

서 원장은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함께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 역할을 오래해 왔다.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도 깊숙이 관여한 대북 협상 전문가다. 대북 접촉 경험이 적은 정 실장을 도와 이번 방북 과정에서 북측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사실상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1997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당시 한국 대표로 2년간 북한에 머물기도 했다.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밤새워 술을 마신 적이 있을 정도로 북한 수뇌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서 원장은 북한이 무슨 의도로 어떤 말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말 통역사’라고 봐도 된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의 연이은 도발 국면에서 서 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더 강경하게 나가셔도 된다’고 조언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측면이 있다”며 “현 외교·안보 라인 중 대북 경험이 가장 많아 사실상의 협상 단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안보실장 1순위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서울고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 김여정 전담 마크했던 김상균

김상균 2차장은 지난달 김여정 방한 당시 내내 김여정 곁에 있었다. 사절단에 국정원 인사가 두 명인 것은 향후 미국 중앙정보국(CIA)과의 협업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차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다수의 대북 대화에 실무진으로 참여했다. 천 차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방남했을 때도 우리 측 대표로 참석했다. 여권 관계자는 “천 차관은 청와대 참모진과의 교분도 두텁다. 향후 남북 교류의 연속성을 감안한 조치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대북특사단#방북#미국통#정의용#대북전문#서훈#북미대화#남북대화#동시돌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