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 “포괄적 관세 강행땐 사퇴” 배수진, 트럼프 “작은 비용 치를뿐”… 내분 심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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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세계무역전쟁]행정명령 서명 앞두고 우려 커져
크루그먼 “보복관세 악순환땐 美 포함한 모든 국가 가난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관세 폭탄’ 발표 이후 행정부 전체가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CNBC 방송 등은 참석자들을 인용해 대통령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이 관세 부과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관세 조치에 끝까지 반대했던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사진)은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고수하면 사퇴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콘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포괄적 관세안이 철강과 알루미늄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그것은 치러야 할 작은 비용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격론 하루 뒤인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방침을 독단적으로 발표하자 콘 위원장은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흥분 상태에서 주변 인사들을 몰아세우거나 통제 불능 상태가 돼 참모들이 겁에 질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뺀 모든 사람을 비난하며 점점 고립돼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콘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인상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사퇴하지 않고, 경제학자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어제 오후 콘 위원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 다른 생각(콘의 사퇴)을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교체설을 일축했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행보에 우려와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3일 ‘누구에게도 도움 안 되는 무역전쟁’이라는 제목의 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부품산업 보호를 외치면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산업을 망치는 방식으로 무역전쟁을 개시하려 하고 있다”며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고 이기기도 쉽다고 말한 것은 완전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복관세의 악순환이 이어지면 세계 전체 무역은 위축될 것이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제프리 색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2일 CNN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함과 무지로 인해 미국 일부 철강업체가 단기적으로 약간 수혜를 볼 순 있겠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 등 전 세계 증시가 하락의 악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위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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