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부끄러운 행동 한 적 없다” 성추행 부인, 최영미 “용서 빌 마지막 기회 날려… 딱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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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이 영국의 한 출판사에 성명서를 보내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 시간) 고 시인이 영국 출판사 ‘블루덱스’의 고 시인 담당자 닐 애슬리 씨에게 보낸 성명서를 보도했다. 고 시인은 성명서에서 “일부 인사들이 나에게 제기하는 상습적 성추행에 대해서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했다. 또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잠재워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사실과 맥락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친구들에겐 아내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주장했다. 고 시인은 “내가 한 인간으로서, 시인으로서 명예를 유지하면서 계속 (시를)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애슬리 씨에 따르면 고 시인은 지난달 종양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 시인의 성추문을 시 ‘괴물’을 통해 처음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날려 보낸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는데 딱하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에 보낸 약 1000자 분량의 글에서 자신이 직접 목격한 장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나와 다른 젊은 여성 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최 시인은 4일 “저는 없었던 일을 날조해 글을 쓰지 않았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정식 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했다.

또 다른 문인들도 고 시인이 지방의 대학 초청 강연회와 시집 출판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 등에서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고 여성의 허벅지 등 신체 일부를 더듬는 장면을 직접 봤다고 동아일보 기자에게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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