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익 우선, 예외는 없다”… 동맹국에도 ‘관세 선전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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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세계에 관세폭탄]“모든 수입 철강에 25%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평가다. 미국의 이익과 일자리를 위해서는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경고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일본 등은 허를 찔린 표정이다.

최소 53% 선별 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됐던 한국은 일단 우박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중국 제품의 대표적 우회 수출로로 보는 점은 앞으로도 각종 통상 현안에서 부담이다.


○ ‘아메리카 퍼스트’ 분명히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미 상무부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공개했다. △모든 국가 철강 제품에 24% 관세(글로벌 관세) △한국 등 12개국에 53% 관세(선별 관세) △국가별 대미(對美)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글로벌 쿼터) 등 세 가지 방안 중 선별 관세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한국 외 다른 동맹국은 자극하지 않으면서 중국산 철강 제품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뚜껑을 열고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가 있으면 모든 국가가 이 국가를 수출 통로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우회 수출로를 활용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무역확장법 232조’의 효과를 극대화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동맹이라는 이유로 관세를 피해 갈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시장으로의 수출 1위 캐나다와 멕시코(4위)를 최대 피해자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부터 관계 강화에 공을 들여온 일본도 뒤통수를 맞은 표정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이 공식적으로 이뤄지기 전 선택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를 면제받는 국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서는 캐나다 등 주요 우방국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중소·중견 철강업체 피해 커

최악은 피했지만 미국시장 수출 3위 한국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 철강의 미국 시장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12.1%다. 중국(15%), 일본(12.2%)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국내 철강업계 중에서도 직격탄을 맞는 곳은 강관(철로 만들어진 파이프)을 주로 생산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다. 강관은 전체 수출 물량의 56.1%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수출용이다. 미국은 현재 셰일가스 시추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쓰이는 강관 수요가 많아 한국 강관업체들에는 가장 중요한 수출국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국내 강관업체 중 넥스틸의 유정용 강관은 기존 46% 관세에 25%가 추가로 붙어 총 71%의 관세가 매겨지게 됐다. 세아제강의 유정용 강관은 6.6%에서 31.6%로, 휴스틸도 19%에서 44%로 관세가 오른다. 이 업체들은 이번 관세 때문에 수출 물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예상할 수 없어 손해액조차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 등 고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주요 대기업은 이번 파장에서 다소 비켜 가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연간 판매량이 약 3800만 t 정도 되는데 미국 판매 물량은 100만 t 정도에 불과해 타격은 크지 않다”고 했다. 현대제철도 포스코보다는 미국 의존도가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에서는 철강업 전체가 침체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동국제강(5.12%) 포스코(3.60%) 현대제철(2.99%) 휴스틸(2.54%)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 중국 우회 수출로 인식 부담

백운규 장관 주재로 이날 내부 대책회의를 연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이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승소할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로로 낙인찍은 점이 부담이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미국과 풀어야 할 통상 문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이 중국에 각종 무역 보복 조치를 단행하면 한국까지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가공 수출하는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수출 국가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했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이은택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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