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파-국적 떠나 하나되는 도량… 고립된 청춘들 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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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등 年10만명 영성의 순례
프랑스 테제공동체 신한열 수사

테제공동체의 신한열 수사는 “세상의 젊은이들이 미래와 영성적인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묵상과 기도, 대화를 통해 그들이 영성과 삶에서 마르지 않는 기쁨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현 씨 제공
테제공동체의 신한열 수사는 “세상의 젊은이들이 미래와 영성적인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묵상과 기도, 대화를 통해 그들이 영성과 삶에서 마르지 않는 기쁨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현 씨 제공

프랑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곳에 있는 테제공동체는 기도와 명상, 수도를 위한 초교파공동체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해 10만 명에 이르는 영성의 순례 행렬이 이어진다. 30년 전 이곳을 찾은 신한열 수사(56)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유일한 한국인이다. 8월 청년대회 준비를 위해 홍콩에 머물고 있는 그를 최근 전화로 인터뷰했다.

―테제공동체를 간단히 소개하면….

“한마디로 그리스도교의 여러 교파 형제들이 참여해 활동하는 독신 수도공동체다. 가톨릭 성공회 루터교 장로교 침례교…. 세어보지 않았지만 정말 다양하다. 요즘에는 복음주의교회도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나.

“수도공동체이자 불교식으로 말씀드리면 연중무휴로 청년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신앙과 삶의 길을 찾도록 돕는 도량(道場)이다.”

―7년 전 테제에서 만났을 때 유일한 한국인 수사였는데 지금도 그런가.

“아직도 그렇다. 그래도 영국 출신으로 테제에서 활동하다 서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브러더’ 안토니(한국명 안선재·76)를 빼면 그가 섭섭해할 것이다. 안토니는 단국대 석좌교수인데 한국문학 번역에 오랫동안 힘써왔다.”

―브러더가 수사들 사이의 호칭인가.

“브러더는 공식적인 느낌이고, 평소에는 그냥 안토니 하며 이름만 부른다. 브러더가 한국식으로는 형님인데 ‘조폭’ 사이의 호칭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다.(웃음) 다양한 국적의 수사 90명이 활동 중이다. 사실 공동체에서는 어느 교파냐, 수사의 국적이 어디냐는 따지지 않는다. 세상과 교회 모두 분열돼 있다. 공동체 목표의 하나가 그리스도교의 일치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왜 테제를 찾나.

“한국을 포함한 세계 젊은이들은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다. 어려움은 어느 시기에도 있지만, 지금 특히 힘든 것은 고립됐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이 훨씬 약화돼 더 힘들어졌다. 테제에서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공통의 고민을 나누면서 위안을 얻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청년들을 자주 본다.”

―기독교가 배경이지만 그 색깔이 옅고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치나.

“그렇다. 하루 세 차례 기도 시간이 있지만 기타 반주 정도의 노래에 침묵과 묵상적인 기도가 중심이다.”

1977년 홍콩의 수상가옥에서 만난 김수환 추기경(오른쪽)과 로제 수사. 신한열 수사 제공
1977년 홍콩의 수상가옥에서 만난 김수환 추기경(오른쪽)과 로제 수사. 신한열 수사 제공

―지난달 16일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9주기 무렵 페이스북에 올린 테제 설립자 로제 수사(1915∼2005)와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1977년 아시아주교회의 참석차 홍콩을 찾은 김 추기경과 로제 수사가 만나는 장면이다. 당시 로제 수사는 형제들 몇 사람과 함께 빈민들이 사는 그곳에서 한 달가량 묵고 있었다. 김 추기경이 로제 수사가 가난한 어부들이 사는 수상가옥에 머문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온 것이다. 김 추기경은 대화를 나누다 테제 수사들을 서울에 파견해 달라고 초청했고, 그 약속은 1979년 지켜졌다.”

―테제를 떠나 홍콩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8월 홍콩에서 열리는 ‘테제의 국제 젊은이’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신앙인이 아니라도 참가할 수 있나.

“신앙 여부에 관계없이 열린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다. 테제는 편협한 분위기가 아니다. 홈페이지(www.taize.fr/ko)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신청할 수도 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프랑스 테제공동체#초교파공동체#신한열 수사#독신 수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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