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아! 아프리카… 인류 매혹하는 결정적 멜로디란 이런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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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밴드 토토. 왼쪽부터 스티브 포카로, 데이비드 페이치, 스티브 루카서, 조지프 윌리엄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미국 밴드 토토. 왼쪽부터 스티브 포카로, 데이비드 페이치, 스티브 루카서, 조지프 윌리엄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2018년 2월 27일 화요일 흐림. 봄비.
#279 Toto ‘Africa’(1982년)


TV 속에서 왕년의 그룹 H.O.T.가 노래방 점수 95점에 도전하는 것을 봤다.

위대한 노래방 기계님의 점수 기준이 뭐냐는 것은 음악계 최고의 미스터리다. 아무리 그래도 노래는 물론이고 악기 연주까지 척척 100점을 따낼 것 같은 팀이 몇 개 떠오른다. 우선 토토가 생각난다. MBC TV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의 준말이 아니다. 미국 밴드 ‘토토’ 얘기다.

토토는 1970년대 미국 서부에서 날리던 스튜디오 세션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보즈 스캐그스, 실스 앤드 크로프츠, 스틸리 댄 같은 다른 음악가의 녹음 때 연주를 돕던, 거칠게 말하면 음악계 현상금 사냥꾼들이 뭉친 ‘드림팀’이다. 데이비드 페이치(건반), 제프 포카로(드럼), 스티브 루카서(기타) 같은 토토 멤버들은 훗날 마이클 잭슨의 음반에도 참여했다.

연주만 잘한 게 아니다. ‘Rosanna’ ‘Hold the Line’ ‘I Won‘t Hold You Back’…. 겹겹이 쌓은 소리의 건축에 아름다운 선율을 덧대 팝 사전의 아름다운 예문을 여럿 만들었다.

토토는 로재너, 패멀라(‘Pamela’), 리아(‘Lea’) 같은 이름을 노래로 줄기차게 불러댔지만 돌아보니 가장 간절한 부름을 받은 건 여자가 아닌 대륙이다.

아프리카(‘Africa’)! 영국 음악 매체 NME가 꼽은 ‘가장 폭발적인 후렴구 50’ 중 하나다. 어떤 영국 과학자는 이 곡을 과학적 관점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곡이라고 했다.

그 후렴구 선율은 단순함의 극치다. 반음 사이인 ‘라’와 ‘솔#’의 반복일 뿐. 치밀한 감성적 설계도는 밑장에 있다. 장조로 진행하던 화성이 후렴에서 문득 처연한 ‘f# 마이너’로 이행하면서 보컬 하모니가 성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그 순간….

토토가 새 베스트 음반 ‘40 Trips Around the Sun’을 냈다. 미발표곡 3개를 포함해 총 17곡이 담긴 음반의 대단원이 ‘Africa’다. 보컬 페이치가 도서관에서 아프리카 관련 서적을 뒤적이는 알맹이 없는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2억8000만 건을 넘었다. 인류를 매혹하는 결정적 멜로디란 이런 것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미국 밴드 토토#데이비드 페이치#제프 포카로#스티브 루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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