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곰돌이 푸’의 중국 수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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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스카이(1859∼1916)는 중국 근대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려놓은 인물. 중화민국 초대 임시대총통에 취임한 쑨원에게 권력을 넘겨받고는, 황제가 되려는 야심에 ‘공화제’의 약속을 걷어찼다. 1916년 1월 스스로 황제에 올랐으나 민심은 들끓었다. 결국 80여 일 만에 군주제를 철회한 뒤 6월에 병사했다.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 철폐 개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온라인 검열을 강화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민’ ‘동의하지 않는다’ 같은 단어를 쓰면 차단된다. 위안스카이의 이름도 검열 대상에 올랐다. 한 누리꾼이 ‘위안스카이를 부활하려는 꿈이 조국에서 되살아났다’고 올린 글이 빌미가 됐다. 어쨌거나 황제의 야심이나 역사의 퇴보라는 측면에서 둘이 닮은꼴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개헌의 불똥은 디즈니의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까지 튀었다. 웨이보 등에서 곰돌이 푸를 검색하면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검색 결과를 보여줄 수 없다는 알림이 뜬다. 2013년 시 주석이 방미했을 때 곰돌이 푸란 별명이 회자되면서 죄 없는 푸는 연거푸 중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장난감 차를 탄 푸와 시 주석을 비교한 사진은 2015년 가장 많이 검열됐을 정도다. 작년 시진핑 집권 2기를 시작하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전에도 푸의 중국어 검색은 불가능했다.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비판까지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진핑 장기 집권에 대한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누리꾼은 ‘제정(帝政)을 무너뜨리는 데 100년이 걸렸고 개혁개방을 하는 데 40년이 걸렸다.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외쳤다. 미국에 망명한 톈안먼 운동의 지도자 왕단은 공개 성명에서 “시진핑의 황제 야심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이는 중국 인민들에게 큰 재앙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한말 이 땅의 내정과 외교를 간섭했던 위안스카이의 횡포와 오만방자한 태도는 악명이 높았다. 그 망령이 21세기 새로운 황제의 등극으로 되살아나면 우리에게도 또 다른 재앙이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위안스카이#쑨원#공화제#시진핑 국가주석#연임 제한 철폐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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