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1500m 넘어졌지만 노력했기에 만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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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 딛고 다시 씩씩해진 심석희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심석희가 24일 강릉 시내 한 커피숍에서 양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2014년 소치 대회 때도 계주 멤버였던 심석희는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 심석희가 24일 강릉 시내 한 커피숍에서 양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2014년 소치 대회 때도 계주 멤버였던 심석희는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났지만 팬들은 한눈에 심석희(21·한국체대)를 알아봤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이 쏟아졌다. 그는 친절했다. 전혀 싫은 기색 없이 함께 사진을 찍고 정성 들여 사인을 해줬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 하루 전인 24일 강릉선수촌 앞 카페에서 만난 심석희는 밝게 웃었다. 아픔을 딛고 씩씩하게 일어선 모습이었다. 혹독했던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온 것 같았다.》
 

―표정이 좋아 보인다.

“올림픽이 잘 마무리돼 너무 홀가분하다. 지금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어제는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열린 힙합 공연을 보러 갔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오후까지 늦잠을 잤다. 이렇게 늦게까지 잔 게 얼마 만인지….”

―3000m 계주(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개인전 기록은 아쉬울 것 같다(심석희는 주 종목인 1500m에서 미끄러지면서 예선 탈락했다).

“올림픽에서의 성적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성적을 떠나 열심히 준비하고 경기했던 것에 만족한다. 힘들었지만 잘 버텨 온 스스로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

―단체전 우승 후 바통터치 세리머니가 화제였다. 심석희 선수의 아이디어였다던데….

“많은 분들이 단체전 우승을 쉽게 생각하시지만 힘든 부분이 많았다. 선수층이 두꺼운 우리나라는 멤버가 거의 매년 바뀐다. 그럴 때마다 새로 손발을 맞춰야 한다. (이)유빈, (김)예진 같은 어린 선수들이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예선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진 유빈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아랑 언니, (최)민정이도 노력을 많이 했다. 모두의 노력으로 한 팀이 돼 딴 메달인 것 같다. 세리머니도 그런 의미를 담았다.”

―대회 전 벌어진 폭행 사건이 큰 충격이었다(심석희는 대회 전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그 코치는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

“가족들이 큰 힘이 됐다. 아빠(심교광 씨)는 ‘내게 올림픽보다 석희 네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이 너무 감사했고, 위로가 됐다. 오빠(심명석 씨)는 내게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빠는 너무 고마운 사람이다. 작년 생일 때 ‘All glory for you’란 글귀가 새겨진 오륜기 팔찌를 선물해줬다. 너무 아까워서 착용하지 않고 방에 걸어두고 있다.”

―2014 소치 올림픽이 끝난 후부터 힘들어했다고 들었다.

“소치 올림픽 때 금, 은, 동메달을 한 개씩 땄다. 돌이켜 보면 너무 대단한 건데 스스로에겐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했다. 그런데 ‘나태해졌다’ ‘쟤는 거기까지다’ 등등 다르게 보는 주변의 시선이 있었다.”

―고 노진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한국체대 선배이자 대표팀 선배였던 노진규는 2016년 골육종으로 사망했다).

“진규 오빠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많이 배우려 했었다. 운동할 때 진규 오빠도, 저도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주위에서 ‘땀쟁이’ ‘열심남매’로 불렀다. 힘들고 외로울 때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평창을 앞두고 오빠가 하늘나라로 간 것도 내겐 큰 충격이었다.”

―성적을 떠나 심석희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올림픽 내내 묵묵히 저라는 선수를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제가 받은 사랑을 앞으로 돌려드리면서 살고 싶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여부는 천천히 쉬면서 생각해 볼 것이다. 다만 어떤 일은 하든, 어느 자리에 있든 많이 베풀면서 살고 싶다.”

강릉=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심석희#평창 올림픽#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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