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기간 환자 7000여명… 설상대회 경험 적었지만 부상자 신속 후송 호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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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료책임자 이영희 원장

겨울올림픽은 눈과 얼음의 축제다.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눈과 얼음이 차고 미끄러운 성질을 버리는 건 아니다. 차고 미끄러우면 다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올림픽 현장에서 다친 사람은 총 7000명이 넘는다.

평창 올림픽 최고의료책임자(CMO)를 맡은 이영희 연세대 원주의료원장(61·사진)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통 겨울올림픽 때는 올림픽 패밀리가 1만 명이 넘게 의료진을 찾는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아직 정확한 숫자는 밝히기 어렵지만 이 중 30% 정도(2000여 명)가 선수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는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 관객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원에는 부상자뿐 아니라 감기 같은 내과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도 들어간다.

종목별로는 설상인 스노보드 경기장에서 중증 부상자가 제일 많이 나왔다. 이 원장 병원은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발생한 부상 케이스를 총 11건 받았고 그중 6건을 수술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현장 처치부터 1차 처치(경기장 의무실), 병원 이송, 처치까지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져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원장은 대회 CMO를 맡으면서 경험 부족을 걱정했다. 의료 수준은 최고였지만 각 경기장 상황별 대처 노하우가 부족했다. 2016년에 테스트이벤트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한국은 올림픽 기준을 충족하는 설상(雪上) 대회를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었다. IOC와 FIS는 경기장에서 부상자가 나왔을 때 필수적인 수술 같은 ‘확정적인 처치’까지 1시간 이내가 걸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 원장은 “테스트이벤트 때 설상 경기장에서 직접 헬기를 띄우니 헬기 바람에 입간판과 시설물이 모두 무너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 때문에 해외 의료진에게 응급의료 지원을 위탁하는 게 낫겠다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각종 테스트이벤트 때 다양한 리허설로 실전 경험을 쌓는 등 열심히 준비한 덕에 4년 전 소치 때보다 중증 환자가 많이 발생했는데도 신속하게 (부상 선수를) 이송하고 말끔하게 수술에 성공해 각 국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평창 올림픽#평창 올림픽 최고의료책임자#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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