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고개숙인 스틱, 자신감은 더 커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전패 한국 남녀아이스하키 “강호 만나도 우린 할 수 있다… 4년 뒤 베이징 자력진출 목표”

4전 전패, 3득점 19실점. 5전 전패, 2득점 28실점.

각각 아이스하키 한국 남자대표팀과 여자 남북 단일팀의 평창 겨울올림픽 성적이다. 결과로만 본다면 세계적인 강팀과 맞붙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처음 데뷔한 것을 감안하면 대표팀과 단일팀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신감’이다.

20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남자 대표팀과 핀란드의 경기(2-5 패)를 마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비쳤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올림픽에서의 성과로 자신감을 꼽았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만 해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강호들을 상대로 10점 차 이상이 나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했던 일본 등이 대부분의 경기에서 10점 이상의 차이로 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과 달리 남자 대표팀과 남북 단일팀은 1, 2경기를 제외하고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하키 강국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물론이고 미국 NBC,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도 한국이 백지선 감독을 영입하고 귀화 선수들을 들여오면서 뼈를 깎는 훈련으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강팀이 됐다고 분석했다.

선수들도 달라졌다. 남자 대표팀 주장 박우상은 “우리는 실패가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올림픽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발전할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핀란드전에서 골을 터뜨린 안진휘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고, 더 자신감이 붙고 있는데 오늘이 올림픽 마지막 경기라 슬프다”며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 우리 스타일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남북 단일팀 골리 신소정도 “처음에는 과연 세계무대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를 하면서 점점 나아지고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4년 뒤 대표팀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자력 진출을 노린다. 올림픽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경험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강릉=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아이스하키#평창 겨울올림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