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쇼트트랙 뒤엔 김아랑 ‘맏언니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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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강조 후배들 다독이며 맹활약… 계주 5바퀴 남기고 한바퀴 더 달려
남자팀은 곽윤기가 분위기 메이커, SNS에 후배들 사진 올리며 독려
22일 남녀 3종목 추가 메달사냥

“동생들에게 ‘개인 종목에서 주춤하더라도 계주 금메달만 따면 다른 때보다 기분 너무 좋다’고 얘기해 줘요. 이런 말 해주면 고맙게도 잘 따라와 주고요.(웃음)”

강릉 영동대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첫 공식 훈련이 있던 6일. 여자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23·고양시청)은 대표팀 간판 심석희(21·한국체대)의 폭행 사건이 불거진 직후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내 자리가 참 힘든 것 같다”면서도 어떻게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는지 차분히 설명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대표팀 리더의 자리, 때로 벽에 부닥칠 땐 4년 전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32)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도 구했다. 3000m 계주 결선이 있던 20일 그 ‘기분 좋음’이 어떤 건지 동생들 앞에서 증명했다.

계주 결선에서 맏언니의 활약은 놀라웠다. 세 번째 주자로 대표팀 에이스 심석희, 최민정(20·성남시청)의 뒤를 받치던 김아랑은 레이스 막바지에 승부수를 던졌다. 5바퀴를 남기고 다음 주자인 김예진(19·한국체대 입학 예정)에게 바통 터치를 하지 않고 한 바퀴를 더 질주한 것이다. 3위로 레이스를 펼치던 한국은 바통 터치 시간을 아껴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랐다. 맏언니가 팀을 선두 싸움의 유리한 고지에 올려놓은 것이다.

뜻밖의 행운도 따랐다. 바통 터치를 하려고 김예진의 엉덩이를 민 김아랑이 균형을 잃고 넘어졌는데 뒤따르던 캐나다 선수가 걸려 넘어졌다. 넘어진 캐나다 선수에게 이탈리아 선수도 걸려 넘어졌다. 진로 방해로 실격을 당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심판들은 캐나다 선수가 김아랑의 날에 걸렸을 뿐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네 팀의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선두 경쟁은 라이벌 한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경기 내내 캐나다를 뒤에 달고 레이스를 펼치며 한국을 견제한 중국으로선 당황스러운 상황. 결국 한국의 진로를 방해하는 임피딩(밀기) 반칙까지 범하며 실격 판정을 받았다. 맏언니가 던진 승부수가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계주 금메달 이후 미모도 출중한 데다 마음 씀씀이까지 넓은 김아랑에게 사람들은 ‘미소천사’ ‘빙판 위의 천사’ 등 애칭을 부르며 화답하고 있다.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분위기도 맏형 곽윤기(29·고양시청)가 있어 ‘맑음’이다. 막내 황대헌(19·한국체대 입학 예정)과는 열 살 차지만 동생들을 격의 없이 대한다. 곽윤기는 “선수촌 방 배정도 가위바위보로 했다. 내가 져서 딴 데 가서 잔다”고 ‘쿨’하게 말할 정도다. 17일 1000m 결선 당시 어수선해졌던 남자 대표팀의 분위기를 다잡은 것도 맏형이다. 그날 밤 “쇼트트랙 국가대표 자격에는 미모도 한 요소인가 봐”라는 글과 함께 팀원 5명이 한데 모여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동메달을 딴 서이라(26·화성시청)가 결선에서 임효준(22·한국체대)의 앞길을 막았다는 등 각종 의혹을 일축한 셈이다.

한편 한국은 22일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와 500m에서, 여자는 1000m에서 각각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서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1500m와 3000m 계주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금메달 2개를 획득한 최민정(20·성남시청)은 1000m에서 3관왕을 노린다.

강릉=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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