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바람 타고… 女학원강사 울린 거짓폭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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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부적절한 관계” 페북에 글… 가짜 협박 메시지까지 올려
피해자측 “수업듣던 학생 소행 추정”… 경찰, 명예훼손 혐의 수사 나서

“순진한 우리 아이를 그 강사가 속여….”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대치동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일하는 한 여성 강사가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페이지는 대치동 관련 정보가 올라오는 곳이다. 글쓴이는 자신을 학생의 부모라고 주장했다. 강사의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치동 학원가를 잘 아는 사람은 A 씨라고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도 함께 있었다.

비슷한 글은 이달 19일에 또 올라왔다. 이번에는 A 씨가 학생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알려지면 너에게 불리하다”)와 함께였다.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글은 최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현상과 맞물리며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경찰과 A 씨 측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이 글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 미투 열풍에 편승해 허위 사실로 특정인을 괴롭힌 사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여성 강사 A 씨는 경찰에 신고된 적이 없다. A 씨의 변호인은 “강사가 고소당한 적도 없고, 경찰의 소환 요구를 받은 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A 씨는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문자메시지를 학생에게 보내지 않았다. A 씨 측은 이를 뒷받침하는 통신기록 조회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문자메시지가 조작됐다는 정황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현재 A 씨의 신고를 받아 글쓴이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추적 중이다.

21일 A 씨 측에 따르면 글쓴이가 접근을 시작한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대치동의 한 학원 실장을 사칭한 그는 “우리 학원에 면접을 보러오라”는 문자메시지를 A 씨에게 보냈다. 해당 학원에 갔던 A 씨는 “그런 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글쓴이는 이어 대치동의 다른 학원 관계자들에게 “A 씨를 채용하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글쓴이는 퀵서비스를 이용해 A 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자녀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글이 담긴 택배를 부쳤다. A 씨가 일하는 학원에 전화해 기자를 사칭하며 인터뷰를 요청한 적도 있다. A 씨에게 접근했던 전화번호와 같은 것이었다. A 씨 측이 언론사에 확인한 결과 그런 기자는 없었다.

A 씨는 현재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잠을 못 자는 것은 물론 불안감을 수시로 토로한다. 밤에는 골목길을 다니지 못하고 있다. A 씨의 변호인은 “수업을 듣던 학생일 것이라고 추정만 할 뿐 뚜렷한 용의자가 없어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권솔 기자
#미투#성추행#허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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