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딸 살해혐의 친모, 평소 수시로 학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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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동학대 의한 살인에 무게
30대母 “퇴마의식 따라하다 목졸라”

여섯 살 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30대 여성이 자녀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퇴마의식을 하던 중 아이가 죽었다”는 여성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숨진 A 양의 친어머니가 평소 아이를 학대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어 이웃 등을 상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라고 밝혔다. 서울 양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A 양 집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이웃들의 신고였다. A 양 어머니 최모 씨(36)가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최 씨 부부는 출동한 경찰에게 “별일 아니다”라고 말하며 그냥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A 양과 오빠(7)는 모두 발달장애가 있어 언어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매는 치료와 상담을 위해 정기적으로 아동발달센터를 다녔다. A 양 가족의 한 지인은 “최 씨가 주위 사람들에게 ‘아이들은 자주 때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남매 중에서 유달리 아들은 더 아끼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주변에서는 ‘A 양이 집에서 맞은 것 같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또 이웃들은 A 양 남매의 모습을 집 밖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이웃은 “최 씨가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사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A 양 남매는 지난달 20일 다니던 어린이집에 나타나지 않았다. 최 씨는 아이들을 자신이 데리고 있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평소 최 씨는 A 양 남매가 어린이집에서 차별받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늦은 밤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19일 오전에는 어린이집 원장이 A 양 남매를 현장학습에 보내달라고 최 씨 측에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경찰은 A 양의 사망 시간을 19일 오후 11시경으로 추정했다. 이날 오후 9시경에는 A 양 집 앞에서 최 씨가 통곡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케이블TV에 나오는 영화를 보며 퇴마의식을 따라 하다 딸의 목을 손으로 졸랐다. 어느 순간 딸이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 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21일 최 씨의 구속영장(살인 혐의)을 신청하는 한편 상습 학대 의혹을 계속 확인할 방침이다. 또 A 양의 아버지 이모 씨(43)가 범행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김동혁 hack@donga.com·권솔·유주은 기자
#아동학대#살인#퇴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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