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은 서재 재현 ‘만인의 방’ 철거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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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유지 어려워 우선 가림막 설치”… 중고교 교과서 실린 작품 삭제 논의

21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3층에서 한 시민이 ‘만인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곳은 연작시 ‘만인보’를 쓴 고인 시인의 개인 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1일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3층에서 한 시민이 ‘만인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곳은 연작시 ‘만인보’를 쓴 고인 시인의 개인 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후배 문인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고은 시인(85)의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고은 시인을 위해 서울도서관에 만든 ‘만인의 방’을 치우기로 했다. 또 중고교 교과서 출판사와 집필진은 교과서에서 고은 시인의 작품을 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만인의 방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조성한 공간인 만큼 고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더 유지하는 건 힘들다”고 철거할 뜻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장 철거가 어렵다면 가림막을 일단 설치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만인의 방은 고 시인이 연작시 ‘만인보(萬人譜)’를 썼던 경기도 안성 서재를 지난해 11월 서울도서관 3층에 82m² 규모로 재현한 공간이다.


또 교육부는 최근 고은 시인 작품이 실린 교과서 현황 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11개 중고교 국어 교과서에 ‘그 꽃’ ‘어떤 기쁨’ ‘선제리 아낙네들’ ‘머슴대길이’ ‘성묘’ 등 시 5편과 ‘내 인생의 책들’ 수필 1편 등 6편이 수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없었다.

교육부는 이날 “해당 교과서는 모두 검정교과서라 수정 권한은 출판사와 집필진에 있다”고 말했다. 검정교과서는 개별 출판사와 집필진이 만들기 때문이다. 출판사와 집필진은 현재 고은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뺄지 고심 중이다.

교과서 제작에 참가한 한 교수는 “아직 결정을 못했지만 도덕성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 1학기 교과서는 모두 인쇄가 끝났기 때문에 수정 사항은 이르면 2학기 교과서부터 반영이 가능하다.

김호경 kimhk@donga.com·김단비 기자
#고은#만인의 방#철거#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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