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동식 “이윤택은 괴물… 사과회견전 불쌍한 표정연기 리허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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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배우 오동식씨 폭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선생님은 괴물이었습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사진)의 19일 기자회견은 ‘불쌍한 표정연기’까지 사전에 연습하는 등 치밀한 각본대로 펼쳐진 쇼였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극단 내부에서도 이 전 감독의 성폭행(강간)과 피해 여성의 임신, 낙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배우 중 한 명이자 상임 연출가인 오동식 씨(46)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의 스승을 고발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를 폭로했다.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한 17일 이 전 감독은 가장 먼저 변호사에게 전화해 형량에 관해 물었다고 오 씨는 밝혔다. 오 씨는 내부 회의를 하던 현장에 대해 “지옥의 아수라였다.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이 전 감독과 단원들이 기자회견을 앞두고 연극 리허설처럼 사전 연습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 전 감독은 단원들에게 ‘안마로 인한 성추행 말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있는데 사실입니까’ ‘낙태는 사실입니까’ 등 예상 질문을 하게 했고, 이 전 감독은 ‘사실이 아닙니다’라는 답변을 연습했다고 전했다. 오 씨는 이 과정에서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선생님 표정이 불쌍하지 않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말하자 이 전 감독이 다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건 어떠냐”라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오 씨는 일부 단원이 배우 김지현 씨가 성폭행을 당해 낙태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밝혔다. 사과문 작성 중 낙태 이야기가 나오자 단원 조모 씨가 “김지현은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낙태를) 인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성폭행과 낙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직단원 김보리(가명) 씨가 17일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을 때도 이 전 감독과 선배 단원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성폭행(강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전 감독은 “이미 그녀의 엄마와 이야기가 돼서 해결된 문제”라며 김 씨를 폄훼하는 발언을 이어갔다고 오 씨가 주장했다. 이 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김보리 씨와)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는 19일 해체됐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약 4개월 뒤 극단을 재건할 계획도 짰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 씨는 “연희단거리패를 버리고 극단 가마골로 모여 이 일이 잠잠해진 4개월 뒤 다시 연극을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 전 감독이 자신이 당분간 연극을 나서서 할 수 없으니 앞에는 저와 같은 꼭두각시 연출을 세우고 간간이 뒤에서 봐주겠다고 했다”고도 전했다.

김소희 대표는 2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자회견 리허설을 한 것은 맞지만 이 전 감독에게 표정을 지적한 건 진실된 사과 태도로 보이지 않아 이에 대한 의견을 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감독은 수차례 전화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다.

한편 서울예술대 총학생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78)의 교수직 해임을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 교수에 대한 해임과 퇴출, 피해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를 총장과 대학본부에 강력히 요청한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빠른 후속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3일 예술위원 긴급회의를 열어 오 대표의 신작 연극 ‘모래시계’(3월 15∼25일)에 대해 공연 지원 취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1995년부터 서울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인 오 대표는 1984년 극단 목화를 창단해 30년 넘게 극단을 이끌며 연기파 배우 유해진 손병호 성지루 김응수 장영남 박희순 등을 배출한 연극계 거장이다.

오 대표와 목화 측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 7일째인 이날까지도 침묵하고 있다. 목화는 대표작 ‘템페스트’가 페루 리마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초청돼 28일과 3월 1일 이틀간 공연을 앞둔 상태다. 오 대표도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보는 오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오동식#이윤택#연극#성추행#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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