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영미∼” 목소리 톤만으로 손발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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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동창 김은정-김영미 호흡 화제
스킵이 자꾸 외쳐 인기 끈 김영미 “이름 빨리 부르면 빠르게 스위핑… 살살 부르면 준비하라는 얘기죠”

“영미!” “영미∼.”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28)은 목소리 톤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리드 김영미(27)의 이름을 외쳤다. 손목 보호를 위해 왼쪽 팔목에 붕대를 한 김영미는 캡틴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스위핑을 했다. 한국의 샷이 성공하면 관중도 “영미! 파이팅!”을 외쳤다.

21일 대표팀의 오전 경기가 열린 강릉 컬링센터는 온통 김영미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대표팀은 이날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와의 예선 8차전에서 11-2로 완승을 거두면서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1위를 확정했다. 세계 1위 캐나다를 시작으로 스위스(2위), OAR(3위), 영국(4위), 스웨덴(5위)까지 격파한 대표팀은 오후 경기인 9차전에서 덴마크를 9-3으로 꺾고 8승 1패를 기록했다. 오후 경기는 체력 안배를 위해 김영미 대신 김초희(22)가 출전했다. 일부 관중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김은정에게 선수들의 얼굴을 담은 패러디 그림을 선물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예선 4위 일본과 ‘한일전’을 치르게 됐다. 일본은 예선에서 한국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다.

의성여고 동창인 김영미와 김은정은 단단한 팀워크로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경기 중 김영미에게 스위핑 강도를 지시하는 김은정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어서 팬들은 김영미를 ‘국민 영미’로 부르고 있다. 온라인에는 “영미야” 소리의 강도에 따른 작전을 설명한 게시물도 있다. 누리꾼들은 “하루 종일 귀에서 ‘영미’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김영미는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회 기간 중 집중력 유지를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 김영미는 “관중석에 제 이름의 플래카드가 조금 보여서 (인기를) 조금 느꼈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김은정의 김영미 사용설명서’에 대해 직접 소개했다. 그는 “(김은정이) 내 이름을 빨리 부르면 빠르게 끝까지 스위핑을 하라는 것(스톤 속도를 높이는 것)이고, 부드럽게 부르면 스위핑 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내 이름을 안 부르면 김선영(세컨드)이 스위핑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컬링은 스위핑 강도에 따라 스톤의 활주 거리와 속도가 달라진다. 스위핑을 강하게 하면 활주 거리를 3∼5m가량 연장시킬 수 있다.

통상 컬링 팀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작전을 총괄하는 스킵이다. 각 팀의 이름도 스킵의 성을 따라 지어진다. 김영미의 포지션은 리드로 팀에서 스톤을 가장 먼저 던지는 역할을 한다. 2개의 스톤을 던지고 난 뒤부터는 다른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얼음 바닥을 닦는 스위핑을 하기 때문에 김은정에게 많은 지시를 받는다. 김민정 대표팀 감독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리드인 영미가 주목 받고 있다. 아무래도 영미가 열심히 하는 데다 팀 동료들의 가교 역할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미는 김은정의 친구이자 김경애(24·서드)의 친언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 의견 조율을 담당하고 있다. 김영미는 “불꽃 튀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할 때는 부드럽게 타이르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준결승을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김 감독은 “일본과는 경기를 많이 해봐서 장단점을 알고 있다. 평창 올림픽 예선을 포함해 일본과의 상대 전적은 11승 8패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결승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박은서 기자
#컬링#영미#평창올림픽#팀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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