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잉 재건축도 문제지만 과잉 규제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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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20일 재건축 사업을 허용할 때 안전성 배점을 기존 20%에서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층간소음이나 주차장 부족 등의 주거환경 비중은 40%에서 15%로 낮췄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통제해 사회적 자원낭비를 막겠다는 게 정부가 내세운 정책 취지다. 그 바탕에는 재건축 사업을 초기 단계부터 틀어막아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정부는 그동안 강남 집값을 겨냥해 고강도 대책을 잇달아 쏟아냈지만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집값 오름세는 계속돼 왔고 서울 다른 지역의 집값마저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머지않은 장래에 재건축이 예상되는 1980년대 후반 건립 아파트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집값 안정화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재산 증식을 위해 아직 멀쩡한 아파트를 허물고 재건축하려 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재건축은 원칙적으로 소유주들의 자율에 맡기는 게 맞다. 대규모 주택 공급의 일환으로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가구 간 분쟁이 일어나는가 하면 화재가 나도 소방차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많다. 여기에 층간소음 문제와 오래된 배관시설 탓에 녹물이 나오는 수돗물을 써야 하는 아파트도 상당수다.

이번 대책으로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이나 강남권 신규 아파트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규제가 적용될 아파트 가운데 강남3구의 물량은 17%에 그친다. 양천구와 노원구, 영등포구 등에서 재건축 추진에 제동이 걸려 향후 서울 전체 신규 아파트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걸 막으려면 다른 지역의 생활 교육 교통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국민이 선호하는 양질의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 몰린 수요는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다. 시장의 수요공급의 원리를 역행하는 정책은 결국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재건축#강남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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