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7개월 만에 뽑는 국민연금운용본부장이 갖춰야 할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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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어제 공석 7개월째인 기금운용본부장을 뽑는 절차에 들어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전임 본부장이 사퇴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한 지 3개월이 넘도록 자리가 비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오래 비어 있었던 것은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 상당수가 응모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보수에다 퇴임 후 3년간 금융유관기업에 재취업할 수 없게 한 공직자윤리법도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자금운용이 결과적으로 직권남용으로 비쳐 구속까지 된 전임자의 모습도 자본시장의 ‘큰손 중의 큰손’ 자리를 마다하게 한 이유가 됐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617조 원이다. 이 중 국내 주식에만 130조 원을 투자한다.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데는 국민연금 이사장도 참여하지만, 투자 실무를 책임지는 것은 기금운용본부장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을 뽑는 기준은 무엇보다 자금 운용 능력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압력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와 배짱도 있어야 한다. 김성주 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역구 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현 정부와 코드는 잘 맞을 수 있으나 금융 전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

기금운용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인물들은 추천위 단계에서부터 걸러내야 한다. 이참에 기금운용본부장의 책임에 맞는 권한을 주고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올리면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꿔 수익률 제고와 외압 배척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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