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혐의 783건… ‘부패 불사조’ 주마 이번엔 추락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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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횡령 등 ‘스캔들 백화점’
지지율 최악 수준 곤두박질에도 취임 후 8차례 불신임서 살아남아
집권 여당 “사임하라” 최후통첩… 불응 땐 의회 15일 불신임 투표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76·사진)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주마 대통령에게 사임을 명령한 남아공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도 내부 분열로 몰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ANC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NEC)가 13일 주마 대통령에게 사임할 것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에이스 마가슐레 ANC 사무총장은 “NEC는 주마 대통령의 퇴임 문제를 시급히 다루기로 했다”며 “권력이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안한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마 대통령이 14일까지 명령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주마 대통령은 ANC의 요구를 거부한 채 권력 이양을 위해 3∼6개월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NEC에서도 주마 대통령의 퇴임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주마 대통령이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남아공은 국회가 대통령을 선출하며 해임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헌법 위반이나 중대한 부정을 저질렀을 때,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국회의원(정원 400명) 3분의 2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다. 또 국회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불신임을 의결하는 경우에도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다. 남아공 의회는 15일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주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심각한 경제 실정과 부패 스캔들로 줄곧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남아공은 고성장 신흥국의 대표주자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대열에 합류할 만큼 잠재력이 높았다. 그러나 주마 대통령 집권 후 실업률이 30% 가까이 오르고 빈부격차도 심해졌다.

현재 주마 대통령이 받고 있는 비리 혐의만 783건에 이른다. 그는 2016년 공금 166억 원을 유용해 고향 콰줄루나탈주 은칸들라에 호화 사저를 지었다가 탄핵 위기에 몰렸다. 또 인도계 재벌 ‘굽타 삼형제’가 주마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한 ‘비선 실세’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했다.

주마 대통령과 함께 ANC의 지지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4년 총선에서 62.15%의 지지를 얻어 249석을 차지했던 ANC는 최근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위기에 몰린 ANC는 지난해 12월 ‘부패 청산’을 전면에 내세운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66)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라마포사 대표는 분열된 당을 통합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주마 대통령과 퇴진 협상을 벌였지만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마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한 채 끝까지 버티다가 의회에서 탄핵을 당할 경우 향후 총선에서 ANC도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마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에 의해 8차례나 불신임안이 제출됐지만 그동안은 다수당인 ANC 의원들의 저지로 부결됐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인 ANC는 남아공에서 다인종 선거가 시행된 1994년 이후 한 번도 정권을 빼앗긴 적이 없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주마#비리#남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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