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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도 수영장 구조요원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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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도 수영장 구조요원 될 수 있어요”

지명훈기자 입력 2018-02-14 03:00수정 2018-0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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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1급 배재대 이상현씨,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총장 특별상’
이상현 씨(오른쪽)와 대전시농아인협회 소속 통역사 박현옥 씨가 ‘I LOVE YOU(사랑합니다)’를 수화로 표현해 보이고 있다. 박 씨는 이 씨의 대학생활 4년간 수화통역을 도왔다. 배재대 제공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장벽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신조를 애지중지하게 됐죠.”

22일 졸업을 앞둔 배재대 레저스포츠학과 이상현 씨(25)의 말이다. 청각장애 1급인 이 씨는 졸업식 때 김영호 배재대 총장으로부터 ‘총장 특별상’을 받는다. 2014년 장애인 전형으로 입학한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도전정신으로 장애인에 대한 주변 인식을 바꿔 왔다.

처음 교수들은 “상현이의 성실성은 보증한다”는 고교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입학은 허가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씨는 줄곧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인명구조와 레크리에이션, 스쿠버다이빙, 걷기 등 4가지 자격증을 취득해 경쟁력을 쌓았다.

3학년 여름방학 때 휘닉스 제주의 인턴 경험은 그의 부단한 노력을 잘 보여준다. 그는 당시 리조트 수영장 안전관리 요원에 지원했다. 김기탁 지도교수가 같은 학과 다른 학생 2명과 함께 그를 추천했다.

이 씨는 장애로 번번이 여기저기서 인턴을 거절당해 의기소침하던 터였다. 휘닉스 제주 측이 처음에 난색을 표하자 김 교수가 간곡히 당부했다. “상현이는 아주 성실합니다. 돈은 안 받아도 좋습니다. 며칠만이라도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길 바랍니다. 최소한 가는 것 자체를 막지는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며칠 후 휘닉스 제주 측은 이 씨의 면접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보내주십시오. 일단 한 달간 같이 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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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은 두 달 반으로 길어졌다. 물론 급여도 제대로 지급했다. 성실함 덕분이었다. 이 씨는 수영장 자기 구역을 매의 눈으로 주시했다. 귀가 아닌 눈으로 피서객들의 구조요청을 알아채기 위해서다. 피서객 5명을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 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청각장애인입니다. 다른 직원이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응대 못해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쓴 코팅 메모지를 소지하고 다녔다. 안전요원 복장인 자신에게 피서객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머뭇거리지 않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당시 리조트에 한 번 가봤는데, 휘닉스 제주 측이 이 씨에 대해 아주 만족해했다”며 “그는 학업에서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배려를 받을 생각 없이 솔선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중학교 때 배구를 시작해 대학 배구팀 선수까지 지냈다. 요즘은 국제수화를 익히는 데 한창이다. 운동 실력과 전공지식, 청각장애인 소통능력 등을 바탕으로 국내외 장애인체육단체 등에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당장 평창 패럴림픽 등에서도 경험을 쌓아 보고 싶어 한다.

이 씨는 “취업을 위해 그동안 20번 정도 도전했지만 거절당한 상태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언젠가는 아무리 높은 사회적 장벽도 허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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