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무용총서 날아온 ‘인면조’, 장수와 불사의 상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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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타된 평창 개회식 주인공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먼저 스타가 된 건 운동선수가 아니라 개회식 공연 ‘평화의 땅’ 장면에서 등장한 ‘인면조(人面鳥)’였다. 새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한 상상 속의 이 새는 당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인면조는 외신도 주목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TV에선 극히 단시간 비친 것뿐이지만 일본 SNS에서는 ‘솔직히 무섭다’ ‘아이가 보면 울어버릴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주인공 하울이 사람의 얼굴을 한 새로 변신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는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언론에 사전 배포된 자료에는 “하늘과 땅을 잇는 인면조가 등장한다”고 설명돼 있다. 틀린 건 아니지만 고대 문화사를 연구한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의 말은 조금 다르다.

“도교 신앙에서 왕자교(王子喬)라는 이가 살아서 신선이 돼 하늘로 날아가는데 머리는 사람, 몸은 새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인면조는 장수와 불사를 상징하는 경우가 보통이지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인면조는 천추지상(千秋之象) 만세지상(萬歲之象)이라고 해서 천년, 만년이 형상화된 것입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천추와 만세를 보장하는 존재인 것이지요.”

등장 직후 인면조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변한 건 ‘그로테스크’의 속성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로테스크는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을 지칭하는데 처음에는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숭고함과 축제성을 함께 품게 마련이다.

1467개의 별이 새겨진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의 탁본을 복원해 놓은 것(위쪽 사진)과 평창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이 천문도가 증강현실로 개막식장 하늘에 구현된 모습. 동아일보DB·SBS 화면캡처
1467개의 별이 새겨진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의 탁본을 복원해 놓은 것(위쪽 사진)과 평창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이 천문도가 증강현실로 개막식장 하늘에 구현된 모습. 동아일보DB·SBS 화면캡처
개회식 공연에서 강원도의 다섯 아이를 과거로 이끄는 것은 고구려 벽화 ‘사신도(四神圖)’에 나오는 백호다. 이어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신이 자연, 동물과 함께 춤을 춘다. 고구려 벽화의 사신은 사계절, 하늘의 28별자리와 관련이 있다. 전 교수는 “중국 남북조·수·당 왕조의 고분벽화에서 사신은 자신을 부리는 선인(仙人)의 보조자로 그려지는데 고구려 벽화에서는 각 벽면의 유일한 제재로 한 방향의 방위신이자 무덤 주인의 수호신”이라며 “중국의 사신 관념과 달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TV 시청자들만 볼 수 있었지만 ‘천상열차분야지도’가 하늘을 덮는 개회식 장면도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을 밝은 것은 크게, 어두운 것은 작게 표현한 과학적인 천문도다. 태조 이성계가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뒤 1395년 제작됐다. 고구려 시대 제작한 천문도가 평양에 전해 내려왔는데 그 탁본을 바쳐 와 다시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학계에서는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해석한다.

개회식에서 모험을 떠나는 아이가 다섯 명이라는 것도 전통의 오방색 등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물론 오방색과 올림픽 오륜기의 색은 일치하지 않는다”면서도 “전통의 음양오행 사상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오대양 육대주의 미래로 나아간다는 걸 상징하는 장면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인면조#평창 개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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