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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디바처럼 R&B 창법 구사… 골반 튕기는 안무 케이팝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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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디바처럼 R&B 창법 구사… 골반 튕기는 안무 케이팝 같아

임희윤기자 입력 2018-02-13 03:00수정 2018-02-1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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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 음악 담당 기자가 봤더니
트로트-재즈 등 韓·美 문화 엿보여… 우리 가요 부르며 R&B식 애드리브
한국 걸그룹 빼닮은 여성중창단, 노래에 비해 안무는 아마추어 수준
한국 무대에서 이선희 원곡의 ‘J에게’에 R&B 스타일의 애드리브를 섞어 열창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 사진공동취재단
11일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콘서트를 현장 관람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첫발을 디딘 진화생물학자의 심정이랄까. 세계를 하나의 시간대로 만든 스트리밍의 시대, 어느 나라에 가나 비슷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악 세계화. 그 와중에 북한 문화는 단절된 외딴 생태계가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그날의 특별공연을 정치와 이념을 떠나 오직 음악과 무대에만 맞춰 복기해봤다. 콘서트, 그 자체로 본다면 몇 점짜리 공연이었을까.

○ 한국식 가요무대, 미국식 재즈와 R&B 애드리브 가창

삼지연에는 ‘가요무대’의 트로트 창법부터 재즈와 R&B까지 미국과 한국의 문화가 깊이 담겨 도사리고 있었다. 악단을 움직이는 영혼, 즉 흥이나 그루브라 부르는 핵심이 서구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는 공연 초반의 다섯 번째 곡, ‘여성2중창―J에게’(원곡 이선희)에서부터 드러났다. ‘…아직도 변함없는데’의 ‘데∼’는 물론 첫 음 ‘J∼’까지, 한 음절에서 2∼4회 음정 변화를 일으키며 꺾어 부르는 전형적인 R&B 창법 애드리브가 계속됐다. 절정부에서 두 보컬이 서로 치고 빠지는 모양새도 서구 팝 디바의 공연을 닮았다.

농익은 미국식 재즈와 블루스도 펼쳐졌다. ‘다함께 차차차’(설운도)를 스윙재즈 풍으로 바꾼 게 돋보였다. 악단은 영락없는 미국 재즈 빅밴드처럼 굴었다. 콘트라베이스군은 피치카토(뜯기) 주법으로 재즈의 워킹 베이스(걸음 걷듯 음을 오가는 주법)를 재현했고, 보컬은 ‘따랍따랍따∼’ 하는 스캣을 추임새처럼 넣었다. ‘어제 내린 비’(윤형주)에서 테너 색소폰과 알토 색소폰의 솔로 배틀은 서구 재즈 악단을 방불케 했다. 당김음과 긴장음을 품은 속주로 기교를 한껏 뽐낸 이 대결은 재즈의 리듬과 형식을 깊이 체득해야 나올 수 있는 수준이었다.

○ 아마추어 한국 아이돌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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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 주자들 뒤에 배치돼 전기기타를 연주하는 삼지연관현악단원.
여성중창단 5인의 가무 ‘달려가자 미래로’는 아마추어 한국 아이돌 무대 같았다. 한국 그룹처럼 ‘센터’도 있었다. 커트 머리의 4명과 달리 머리를 길게 기른 수려한 외모의 여성이 센터 역할을 했고, 골반이나 무릎을 튕기고 일제히 같은 각도로 손을 뻗는 식의 마무리는 케이팝스러웠다. 춤을 추며 화음으로 부르는 노래는 완벽했지만 안무 수준은 높지 않았다.

1980, 90년대 감성에 머문 대목도 엿보였다. 고답적인 음색의 신시사이저가 관현악과 겹칠 때는 1980년대 ‘신스팝(신시사이저 팝)’, 그리스 음악가 야니의 1990년대식 콘서트가 연상됐다.

국악 비중이 떨어진 점이 아쉬웠다. 악단원 수십 명 가운데 국악기 전담 연주자는 아예 없었다. ‘아리랑’을 할 때 서양식 타악기와 관악기 주자가 잠시 꽹과리와 장새납(북한식 태평소)을 들어 연주하고 내려놨을 뿐이다. 좌중을 압도하려는 의도인지 스피커 음량은 시종일관 크기만 해 섬세함이 떨어졌다.

한편 소녀시대 서현의 출연은 공연 직전 결정됐다. 관계자는 “출연을 수차례 권했지만 ‘초 단위까지 촘촘히 짜인 공연 특성상 새 사람을 투입하기 어렵다’며 북측이 고사했다. 공연 직전 극적으로 성사됐다”고 귀띔했다.

북한 최고 연주자들로 구성된 이들의 역량과 합은 의심할 바 없었다. 템포, 박자, 조성의 변화가 잦은 연곡(메들리)이 보여줬다. 이를테면 연주 중 ‘뛰르끼예(터키) 행진곡’의 감정을 아첼레란도(점점 빠르게)로 정점에 올린 뒤, 급히 이완시키며 애틋한 곡조의 ‘아득히 먼 길’(러시아 연가 번안 곡 Those Were the Days)로 이어붙이는 부분은 팝스 오케스트라 최고 수준의 테크닉을 보여줬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삼지연관현악단#삼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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