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송언석]재정은 계속 퍼줄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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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는 본인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관심 사항이다. 성적이 올랐을 때 1만 원짜리 선물을 주기로 약속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자. 다음 기말고사 때는 어떤 약속을 해야 할까? 고3까지 6년을 지속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의 심리학자 레오 크레스피는 쥐의 미로 찾기 실험을 통해 결국 당근과 채찍 전략에서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현재 당근과 채찍을 얼마씩 주느냐가 아니라 ‘이전과 비교해서 얼마나 더 많이’ 주느냐라는 것을 발견했다. ‘크레스피 효과’다.

‘퍼줄리즘’이라는 비난까지 받는 무분별한 복지 정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유권자들이 표를 주는 것은 지금 현재 누리고 있는 복지 혜택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는 추가적인 지원이 없다고 한다면 유권자들은 실망하여 다른 후보자에게로 간다. 표를 얻으려면 매년 새로운 복지정책을 도입하거나 금액이라도 조금씩 늘려가야만 한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머지않아 나라살림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위정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입신 등 개인적인 이익에 다소 손해가 있을지 모르지만 오로지 국리민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라살림을 담당하는 분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우리 선조들은 신독(愼獨)에 힘쓰라고 가르쳤다. 공부하는 것이나 업무 수행하는 것이나 상과 벌에 따라서, 어쩌면 말초적인 자극에 반응하여 움직이면 안 된다.

취약계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하는 지원 정책이 당장 일부 국민을 현혹할지는 모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고는 했다. 그러나 급하게 먹다가 체할 수도 있고 자칫 목에 걸려 숨이 막히는 고통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광풍이 지나가고 난 뒤 텅 빈 곳간을 다시 채우기 위해 뼈 빠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은 매우 현명하다.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퍼줄리즘#복지 정책#취약계층 지원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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