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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러시아, 방아쇠 당길 수 있는 상황”… 유럽 군비 냉전후 최대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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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러시아, 방아쇠 당길 수 있는 상황”… 유럽 군비 냉전후 최대증액

동정민 특파원 , 위은지 기자 입력 2018-02-13 03:00수정 2018-04-1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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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뮌헨안보회의’ 앞두고 유럽연합 역할 고민
지난해 9월 20일 벨라루스 보리소프에서 실시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합훈련 ‘자파드 2017’에서 자주포 6문이 전진하고 있다. 보리소프=AP 뉴시스
“지난해 전 세계는 군사충돌 직전까지 다가갔다.”

‘안보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뮌헨 안보회의 의장인 볼프강 이싱거 전 주미 독일대사는 올해 열리는 회의를 앞두고 지난해의 한반도, 동유럽, 걸프만 충돌을 거론하며 “단 하나의 잘못된 결정이 연쇄 충돌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963년부터 매년 2월 개최되는 뮌헨 안보회의에는 전 세계 국방과 안보 분야의 정부 및 국제기구 수장, 학자, 기업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500여 명이 모인다. 16일부터 3일간 열리는 올해 회의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등이 참석한다. 올해 회의 주제는 ‘커지는 안보 위협 속에서 유럽연합(EU)의 역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우산 속에서 경제 개발에만 박차를 가했던 유럽의 안보가 새 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 냉전 이후 최대 국방비 증대

유럽 국가들은 1945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사비 지출 비중이 계속 줄었다. 1960년 GDP 대비 6%를 넘던 프랑스의 국방비는 1995년부터 2%대로 내려왔다. 독일은 GDP 대비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년간 공공재정 600억 유로(약 80조 원) 감축에 나선 중에도 국방비만큼은 2025년까지 2950억 유로(약 395조 원)를 책정해 대폭 인상했다. 프랑스는 또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370억 유로(약 50조 원)를 핵무기 현대화에 투입하고 육군은 2025년까지 전체 장갑차의 50%를 새 모델로 교체하기로 했다.

영국은 국방비 예산 삭감 논란에 휩싸였지만 2015년 계획된 무기 현대화 작업에 따라 올해 해군력 증강 작업이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해군 부활의 자존심’인 31억 파운드(약 4조5000억 원)짜리 첨단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이 공식 취역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군사전문지 제인스는 나토 회원국 중 9개국이 올해 GDP 대비 2%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5개국보다 늘어난 것이다.

○ 러시아와 신냉전체제 구축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를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때문이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후 유럽은 신냉전 구도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등 4개국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우리 영토”라는 러시아와 철수를 요구하는 나머지 국가 간에 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동유럽 발트해의 긴장감은 전쟁 직전까지 커져 가고 있다. 러시아가 작년 9월 발트해 연안 칼리닌그라드 지역에서 실시한 군사훈련 ‘자파드’에 대해 에스토니아 방위군사령관은 “러시아는 테러 방지 목적의 훈련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토군을 선제공격한 뒤 전면전까지 감안한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뮌헨 안보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발트 지역 육상 전투력(탱크+장갑차 수)에서 나토군의 5배 가까운 규모를 갖췄다. 유럽의 걱정이 커져 가는 이유다.

지난해 9월 20일 벨라루스 보리소프에서 실시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합훈련 ‘자파드 2017’에서 자주포 6문이 전진하고 있다. 보리소프=AP 뉴시스
러시아 북서지역과 가까운 북유럽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스웨덴 정부는 2차대전 때 배포한 전쟁 대처 방안을 전 국민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이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염두에 둔 조치다. 노르웨이에 주둔 중인 미국 해병대사령관 로버트 넬러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와의 전쟁이 다가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뮌헨 안보회의가 펴낸 2018년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레토릭으로는 러시아에 우호적이지만 실제 미국 사회의 상층부는 러시아를 다시 주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은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썼다.

○ 미국에서 벗어난 ‘홀로서기’ 새판

이처럼 안보 위협은 커져 가는데 미국과 유럽의 안보동맹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데 유럽의 고민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동맹국이 공격을 당하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하도록 한 나토 협약 5조에 대해 한 번도 지지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런 점이 유럽이 미국을 불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방위비 분담금을 더 걷는 데만 몰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유럽은 독자적인 군사능력 강화로 홀로서기를 꾀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EU 25개국이 출범시킨 안보·국방협력체제(PESCO)의 구축이 대표적이다. 유럽 각국의 178개 무기 시스템을 포함해 제각각인 국방 체계를 일원화하고 장비와 기술 공동 개발, EU군 창설 준비가 시작됐다. 미국의 동맹인 영국조차 EU의 독자적인 군사 움직임에 반대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EU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과정에서 안보와 국방 협력을 우선적으로 체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메이 총리는 이번 뮌헨 안보회의에서도 EU와의 안보 협력 강화를 선언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유럽 주요 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국 군대는 자국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응답은 8%뿐일 정도로 이웃 국가와 세계로 국방 협력 범위를 늘리려는 공감대는 마련됐다.

유럽 내 양자 군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 군사력 1, 2위인 프랑스와 영국의 군사 협력이 깊어지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18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이 영국 총리는 2010년 양국이 맺은 랭커스터 하우스 협정을 곧바로 함께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동맹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독일 역시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로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양국 주변 7개 지역에 주둔해 있는 5000명의 공동 부대는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를 모두 사용해 유럽 신속 대응군의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위은지 기자
#러시아#유럽#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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