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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不法으로 부동산 넘겨 기득권 대물림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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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不法으로 부동산 넘겨 기득권 대물림하는 사회

동아일보입력 2018-02-13 00:00수정 201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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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을 대상으로 탈세로 부동산을 증여한 633명을 적발하고 그중 10건의 사례를 어제 공개했다. 공무원 A 씨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들에게 상가 건물을 살 현금을 신고 없이 건넸다. 아들은 사업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수법으로 소득세까지 탈루해 건물을 구입했다. 대기업 임원인 B 씨는 두 아들에게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 대금을 몰래 지원하면서 일부는 자녀들이 숙부에게 빌린 것처럼 위장하는 교묘한 수법을 쓰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불법 증여는 공무원부터 대기업 임원, 대형 로펌 변호사, 병원장, 기업 대표 등 유력 인사 사례다. 불법으로 부동산을 물려주면서 자신이 누리던 기득권까지 자녀 세대에게 대물림하려 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가 쌓은 부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다.

지난해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과세유형별 현황’ 자료를 보면 2008∼2016년에 484만3000명이 상속 및 증여로 받은 재산은 총 533조443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각종 공제 혜택으로 상속세를 낸 사람은 1.9%, 증여세를 낸 비율도 45.1%에 그쳤다. 여기에 이번 국세청 조사로 드러난 불법 증여를 비롯해 각종 세금 탈루까지 포함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제대로 세금을 내고 재산을 물려주는 일은 이례적인 것처럼 됐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올 초 한국의 불평등 원인으로 근로소득보다 부동산과 같은 자산소득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부동산은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치솟자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시세를 놓고 주민과 중개업자 간의 갈등마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정해놓고 이걸 따르지 않는 중개업소에 대해 ‘허위 매물을 내놓은 곳’이라며 신고까지 하자 “중개업자도 지역 주민”이라며 호소하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정부는 부동산 불법 증여와 상속 등을 추가 조사해 부동산을 통한 부정한 부(富)의 세습을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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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부동산 탈세#불법 증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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