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세계 최고” 눈물 쏟은 컬링 남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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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더블 이기정-장혜지 6위 마감… 랭킹 12위 최하위지만 2승 올려
강호 中과 연장승부 등 깊은 인상

자신들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를 마친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한국 대표 이기정(23)과 장혜지(21·이상 경북체육회)는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강릉컬링센터 곳곳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했고, 경기복을 선물로 관중석에 던졌다.

이들은 “오빠 라인 좋아요!”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라인은 스톤의 주행 코스를 뜻한다. 대회 내내 밝은 모습을 보여준 장혜지와 이기정이었지만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뒤에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기정은 “다음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는 이런 결과를 얻지 않겠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기정과 장혜지는 10일 스위스와의 예선 6차전에서 4-6으로 패해 8개 팀 중 상위 4개 팀이 나서는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11일 열린 캐나다와의 예선 최종전에서도 이들은 3-7로 패했다. 최종 성적은 2승 5패로 6위.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기정과 장혜지는 선전했다. 이번 대회에 신설된 믹스더블에 출전한 팀 중 한국은 세계 랭킹(12위)이 가장 낮다. 하지만 8일 예선 1차전에서 핀란드(11위)를 꺾고 한국 선수단에 첫 승을 안겼고, 세계 3위 중국 등 강호를 상대로 연장 승부를 펼치는 끈끈한 투지를 보여줬다. 장반석 믹스더블 대표팀 감독은 “연장전에서 진 것이 아쉽다. 하지만 이기정과 장혜지는 출전 팀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언젠가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기정은 경기 도중 눈을 자주 깜빡였다. 이기정은 “안구건조증 때문에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달성하지 못한 메달의 꿈을 남자 컬링 대표로 출전하는 쌍둥이 형 이기복(23)이 이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기정은 “형은 나보다 침착하다. 충분히 잘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올림픽을 마감하는 인사를 건넬 때 이들의 눈시울은 또다시 붉어졌다. 대회를 앞두고 “우리는 철저히 비즈니스 파트너다”라고 말했던 둘이지만 대회 내내 서로를 격려하는 애틋한 모습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기정은 장혜지에게 “수고했다.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에 장혜지는 “제가 오빠에게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컬링 믹스더블#한국 대표 이기정#한국 대표 장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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