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표]황태덕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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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린 황태덕장, 하늘을 향해 아가리를 쫙 벌린 채 일렬로 늘어선 황태의 모습은 장관이다. 명태를 잡아 겨울철에 눈을 맞히며 찬 바람에 건조시키면 황태가 된다. 겨울밤 영하 10도 아래 매서운 추위에 명태는 금세 얼어 버린다. 낮이 되면 햇볕에 살짝 녹는다. 얼다 녹다를 서너 달 반복하면 속살이 노란 황금빛으로 변해 황태라는 이름을 얻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바람이 너무 들어 썩어 문드러지면 찐태, 껍질이 하얗게 얼어버리면 백태, 속이 거무스름하게 변하면 먹태, 몸통에 흠집이 생기면 파태, 머리가 사라지면 무두태라고 부른다.

▷강원도 평창은 황태의 고장이다. 평창군의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는 인제군 용대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 황태덕장으로 꼽힌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스타디움 자리도 오래전엔 황태덕장이었다고 한다. 평창 사람들은 매년 12월이 되면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통나무를 이어 덕장을 만들고 1월 초부터 4월까지 명태를 말린다. 동해에서 명태가 거의 사라졌지만 러시아에서 명태를 잡아 속초항 고성항에서 배를 가른 뒤 횡계리 덕장으로 가져온다.

▷“황태 맛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눈, 바람, 추위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노르스름한 황금빛 황태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맹추위 덕분에 횡계리 덕장의 황태가 제대로 농익어 가고 있다고 한다. 저지방 고단백의 황태는 황태찜 황태구이 황태해장국 황태전골 황태불고기 등 다양한 요리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황태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특선 요리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평창군은 황태 칼국수를 별미로 개발하기도 했다.

▷황태는 겨우내 눈과 바람, 추위를 견디며 황금빛 변신을 꿈꾼다. 어느 시인은 황태를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맨살로 얼다 녹으며 세상 건너가는 나의 계절은/힘줄만큼이나 질긴 것이네/살갗을 찌르는 동해의 바람/드디어는 조금도 아프지 않네’(박일만의 ‘황태덕장’에서). 영광을 위해 기꺼이 시련을 감내하는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황태#황태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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