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1호터널서 광역버스 사고…벽 사이에 낀 차량 밀어낸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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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1호터널을 달리던 버스가 터널 양쪽 벽 사이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가 터널 전체를 가로 막으면서 심한 혼잡이 벌어졌지만 시민들이 힘을 모아 버스를 밀어낸 덕분에 교통이 정상화됐다.

8일 오전 10시 45분 서울 중구 남산1호터널 퇴계로 방향에서 1차로를 달리던 광역급행버스(M4101) 차량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미끄러졌다. 북쪽 진출부를 500m 남긴 지점이었다. 목격자 박모 씨(31·여)는 “버스가 급정거하더니 방향이 흔들리다 오른쪽으로 확 꺾였다”고 말했다. 하마터면 옆 차로의 차가 부딪혀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다행히 터널 내 교통량이 적었고, 2차로에 차가 없어 부딪힌 차는 없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35명 중 다친 사람은 없었다.

버스는 오른쪽 방향 45도 각도로 터널 내에 꼈다. 운전사 A 씨가 차를 빼내기 위해 시동을 걸어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었지만 버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산1호터널을 통과하려던 40여 개 노선의 시내 및 광역버스, 일반차량 등이 터널 안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갇혔다.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 밖으로 나와 사고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남산1호터널에서 한남제1고가차도(북한남삼거리)까지 정체가 이어졌다.


시민들이 나섰다. 버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승객, 주변 차량 운전자 등 남성 10여 명이 모여 버스를 오른쪽 외벽에서 왼쪽으로 밀었다. 무게만 10.9t에 달하는 버스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이 더 모였다. 성인 남성 15명이 호흡을 맞춰 동시에 밀자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왼쪽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기를 반복했다. 버스는 시민들의 힘에 조금씩 왼쪽으로 밀려졌다. 운전사 A 씨가 다시 시동을 걸어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렸다. 오전 11시경 버스가 도로에 제자리를 잡았다. 버스를 밀어낸 시민들은 각자 타고 있던 차로 돌아갔다. 사고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주변의 다른 버스로 옮겨 탔다. 일부 버스는 이들에게 요금을 받지 않고 ‘그냥’ 태웠다.

터널 안 교통사고에 경찰과 소방은 긴장했다. 서울 중부소방서는 펌프차 1대를 출동시켰고, 용산소방서도 구급대를 터널로 보냈다. 하지만 부상자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되돌아갔다. 사고 버스는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파손됐다. A 씨는 “터널을 빠져나오기 전이라 빠르지 않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는데 차가 미끄러졌다. 나중에 보니 도로에 수막현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운전자와 버스회사를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사고버스의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분석할 방침이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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