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기고]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중소기업? 중심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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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청년에게 물었다. “뮌헨 같은 대도시에서 살고 싶지 않아?” “여기가 복잡한 대도시보다 생활비 적게 들고 삶의 질도 높아요.” 한 번 더 물었다. “벤츠 같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지 않아?” “회사가 규모는 작지만 기술이 좋고 수출도 많이 해요. 급여도 대기업과 비슷하고 고용 안정성도 높아서 굳이 옮길 이유가 없어요.” 바이에른 주에 있는 소도시의 ‘작지만 강한 기업’(히든챔피언)에서 그 청년은 고향 친구들과 함께 신명나게 일하고 있다.

한국 청년에게 물었다. 그는 취업을 위해 대학 졸업도 미룬 채 대기업 공채시험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생각 없니?” “대기업과 차이가 크고 결혼하려면 일단 공무원이나 대기업이죠.(ㅜㅜ)” 요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100번 가량 써야 할 정도로 청년들의 구직난이 심각한데, 정작 중소기업 CEO들은 “좋은 사람 구하기 힘들다”고 구인난을 하소연한다.

작년 7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원치 않는 큰 이유는 ‘고용 불안정’(28.2%)과 ‘낮은 급여 수준’(22.6%)이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수십 년 지속되어 오면서 누적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만만치 않다.

요즘 한국경제의 해법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의 전환이다.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저성장 기조가 시작된 1980년대 유럽(EU)의 많은 나라들도 경제 혁신을 리드하는 ‘활력 넘치는 다수’를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009년부터 EU 회원국들이 ‘중소기업 우선의 원칙’(Think Small First)을 실천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과 법률 도입 시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부터 따져보자는 것이다.

한국경제를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스스로의 변화와 혁신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는 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적 임금의 격차를 줄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공공임대주택 입주 우선권을 주고,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쉽도록 하는 한편 , 선취업 후진학과 재직자 연수를 통해 업무역량을 제고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병역의무를 대신할 기회를 준다면 청년들이 눈길을 줄 수 있다. 그럴 경우에 비로소 중소기업은 ‘강소기업’으로 한국경제의 ‘중심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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