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부딪쳐봐” 거리로 나선 클래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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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버스킹 음대생 모임, ‘후즈아트’의 일과 삶 토크

후즈아트 단원들은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북촌거리에서도 버스킹을 했다. 당시 영화 ‘인어공주’ 주제곡을 클래식으로 편곡 연주해 많은 이의 박수를 받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후즈아트 제공
후즈아트 단원들은 지난해 5월 서울 종로구 북촌거리에서도 버스킹을 했다. 당시 영화 ‘인어공주’ 주제곡을 클래식으로 편곡 연주해 많은 이의 박수를 받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후즈아트 제공
지난해 5월 서울 신촌의 한 술집. 몇몇 음대생이 술잔을 나눴다. 작곡, 바이올린, 오보에 등 전공은 달랐지만 고민은 같았다. ‘클래식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취기가 오르자 하나둘 진심을 꺼내 보였다. 모두 같은 마음. “그래도 음악이 제일 재미있어.”

“거리로 나가 보면 어떨까.” 누군가의 제안에 다들 ‘유레카’가 번쩍했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미래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음대생 40여 명이 클래식 버스킹(거리공연)을 하는 ‘후즈아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후즈아트 소속 이상준(23·계명쇼팽음악원 작곡과 3학년), 전용진(20·연세대 관현악과 2학년), 강연경 씨(20·성신여대 기악과 2학년)를 만나봤다. 청춘 음대생의 ‘클래식 먹고사니즘’. 알싸하게 시리면서도 근사하게 파릇했다.

○ 버스킹 해보니 어때?

‘보물 1호’인 바이올린과 악보, 오보에를 든 ‘후즈아트’의 강연경 이상준 전용진 씨(왼쪽부터). 이들은 “버스킹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후즈아트 제공
‘보물 1호’인 바이올린과 악보, 오보에를 든 ‘후즈아트’의 강연경 이상준 전용진 씨(왼쪽부터). 이들은 “버스킹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후즈아트 제공

이=내가 쓴 곡을 누가 들어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확인했어. 클래식은 물론 현대음악은 어렵다고 외면받는데, 버스킹을 통해 ‘작은 노력의 마법’을 발견했지. 예컨대 가사가 있거나 잘 알려진 클래식 곡을 섞으면 집중도가 높아지더라고.

전=음악 하는 기쁨 가운데 하나는 역시 소통이더라. 유럽은 춤추면서 클래식 버스킹도 하고 굉장히 발상이 다양하잖아. 물론 집집마다 바이올린 한 대쯤 있는 곳이니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우리도 팝 오보이스트 이세림 씨나 바이올리니스트 제니윤 씨 등이 활동하며 지평을 넓히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지.

강=아무래도 한국 사회는 유럽보다 다소 각박하잖아. 버스킹을 해도 시민들이 즐길 여유가 없어 보일 때도 있었어. 클래식 팬들이 보수적인 편이라 다양한 시도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기도 하고. 하지만 중요한 건 즐거움 아닐까? 접근법이 다양해지면 취향에 따라 클래식을 골라 즐길 수 있잖아.

○ 음악 계속 할 거야?

강=바이올린이 좋아 전공했는데 오케스트라 단원 되기가 이리 힘들 줄이야. 유학파에 고(高)스펙 지원자가 넘쳐나니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잖아. 바이올린은 취미로 남겨두고 임용을 준비하려고…. 음악 교사도 경쟁률이 어마하지만.

이=같은 과 한 학년 30명 가운데 1명이라도 작곡가가 되면 성공했다고 해. 작곡으로만 먹고살기? 진은숙 선생님(전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이 유일할 거야. 학계에 남으면 그나마 곡 발표할 기회가 생기니 대부분 교수를 꿈꾸지. 문제는 지망생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거야.

전=난 바흐가 정말 좋거든? 음악이 소름 돋게 계산적이잖아. 바로크음악 합주를 하고 싶은데, 국내에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유일하지. 그나마 한두 명 뽑는 오보에는 언제 선배들이 관둘지 몰라. 해외 취업도 고려하고 있어.

○ 너네만 힘드니?

강=물론 취업난은 ‘전공 불문’이지만 우리 처지는 좀 특수한 편이지. 다른 친구들은 자격증을 딴다든지 ‘취업 준비’라는 게 있잖아? 우린 연주자가 아니면 진로가 너무 좁아. 대부분 학원이나 개인교습을 생각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지.

전=교습비가 교수가 아닌 이상 10년 전 가격인 회당 5만∼10만 원 선이잖아. 근데 그것도 경쟁이 치열해서 구하기 힘들어. 얼마 전에 유학생 출신 개인교사를 시급 2만 원에 구하고 있단 얘기도 들리더라.

이=‘조성진 신드롬’ 이후 피아노 입시생이 2, 3배쯤 늘었대. 클래식 스타 탄생은 반길 일이지만, 다른 연주자가 설 자리는 좁아지는 역효과도 생기니 큰일이야. 양극화가 아닌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할 텐데. 우리 버스킹이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어.

3명 모두=하여간 잊지 말자. 그래도 우린, 음악이 제일 재미있어.

이설 기자 snow@donga.com
#클래식 버스킹#버스킹#후즈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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